[기자수첩] 한국 조선, 뽑아야 산다

입력 2018-11-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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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산업부 기자

“지금 우리 회사엔 ‘사원’이 없습니다.”

‘가장 최근의 채용은 언제였냐’라는 질문에 답한 조선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의 마지막 신입사원 공개채용은 2014년이었다. 당시 채용했던 인력은 업황 악화로 대부분 퇴사했고, 남은 사람들은 대리로 승진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원 없는 회사’라는 자조 섞인 농담은 현재 국내 조선업계에 만연한 인력 적체를 드러내는 하나의 사례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의 경우 업황 악화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을 거치며 수년간 ‘새로운 피’를 수혈하지 못했다. “연구개발과 투자가 중국 등 신흥국의 저가 공세에 맞설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 업계의 정설이었으나, 연구개발을 수행할 인력을 뽑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 기간 싱가포르 등 신흥국은 꾸준히 연구개발 인력을 수급하며 기술력을 강화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여전히 ‘사람’이 기업 경쟁력 확보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영업·연구개발 등이 강조되는 조선업의 경우 특히 사람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조선업계 CEO들은 30여 년간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오늘도 영업현장을 누빈다. 선주사들이 아직 중국보다 한국 조선사를 신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현장 노동자의 용접 실력은 물론 오랜 세월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의 뛰어남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채용 재개 소식은 조선업계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4년 만에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설계·생산관리·영업 등 전 분야에서 필요한 인재를 수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또한 9월 설계기술직, 생산공정관리직, 해외영업직, 경영지원직(재무) 채용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원으로서 정말 기다려왔던 채용”이라고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다행히 대외적 여건도 개선되는 듯하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10월 기준 한국 조선업은 올해 누적 수주량 10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넘어서며 8년 만에 연간 수주 실적 1위 달성이 유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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