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21일 개최한 ‘2019년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산업별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크게 3약(자동차·철강·석유화학), 2중(반도체·조선), 1강(전자)의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업종을 제외하면 모든 업황이 부진하거나 불투명한 셈이다.
먼저 자동차 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은 각각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에 따른 관세부과 및 수출물량 제한 가능성, 북미 천연가스 기반 화학 설비(ECC) 신증설 등으로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철강 업종 역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중국 철강 산업 구조조정 마무리, 감산 기대 저하 등으로 전망이 어두웠다.
특히 그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돼 줬던 반도체 산업마저도 전망이 밝지 않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D램 현물가격이 신규 스마트폰 출시, 고사양 모바일 게임 출시 본격화 등으로 내년 수급 개선이 예상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낸드플래시는 내년부터 2021년까지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또 중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대한 반독점 규제 적용 여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의 조사 가능성 등도 부정적 요인이다.
이날 반도체협회 주관으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내년 상반기 수요 정체로 힘겨운 시간을 보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5G·AI·VR 등이 융성하면서 D램 수요도 증가하겠지만, 서버 수요 부진 등으로 일시적인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영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큰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던 중국 알리바바도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설비 투자를 망설이고 있고, 텐센트도 올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사업에 큰 투자를 했으나 관련 상품 출시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대를 보았던 5G 수혜도 내년에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5G 연착륙 시기가 연장되면서 2019년에는 5G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5G는 하드웨어, 부품업체에게 기회를 준다”며 “다만 내년에 5G가 도입된 국가는 일부에 불과하며, 내년은 엄밀히 말하면 5G 도입기가 아닌 4G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조선 업종도 지난해부터 글로벌 오일 메이저사 해양생산설비 입찰을 중국, 싱가포르, 노르웨이 업체가 수주하면서 국내 조선사 경쟁력이 약화돼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기계 업종은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책 발표가 없다면 하락이 예상된다.
배상근 전경련 총괄전무는 “최근 주력 제조업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수출환경 악화, 국제 경쟁 심화, 공급과잉 지속, 노사갈등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며 “지속될 경우 실물발(發) 경제위기로 경기침체의 강도가 깊고, 지속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