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우수중소기업’ 기준을 6년 8개월 만에 개정한다. 중소기업의 인력 수급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우수중소기업DB’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중기부에 따르면 우수중소기업의 세부 선정 기준이 내달 개편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재무 기준에 치우친 현재 기준에서 임금 수준과 같은 근로 여건과 관련한 기준을 반영하려고 한다”며 “중소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분들이 활용하라고 돼 있는 것인데 재무 중심 정보여서 충분치 않았던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분야별 우수중소기업 1000개 업체’는 분기별로 선정하는 만큼 개편된 기준은 내년 1분기부터 적용돼 4월에 발표된다.
우수중소기업DB는 중기부가 중기청이던 2010년 1월 만들어졌다. 청년, 중소기업의 인력 수급 미스매치를 해소한다는 목표로 구축됐다.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 정보를 업종, 지역, 유형별로 검색하게 해 우수기업 정보와 채용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20일 기준으로 중기부 DB에 등록된 우수중소기업은 4만8319개에 달한다.
우수중소기업의 세부 선정 기준은 6가지다. △종업원 수 5명 이상 △업력 3년 이상 △신용등급 BB- 이상 △최근 3년간 자본잠식 없는 기업 △최근 3년간 금융 불량이 없는 기업 △현재 정상 운영 중인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은 정상적인 기업일 뿐 ‘우수’ 중소기업으로 보기 어렵다.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 해소 효과도 의문이 제기된다. 구직자가 필요로 하는 연봉, 근무 환경 등의 정보는 전혀 제공되고 있지 않아서다.
중기부가 분기별로 선정하는 ‘분야별 우수중소기업 1000개 업체’도 구직자가 원하는 정보와는 동떨어져 있다. 분야별 상위 1000개 우수중소기업 선정 기준은 총자산증가율, 매출액증가율, 영업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등 재무적 요소에 불과하다. 근로 조건, 근무 환경 등과 같은 항목은 반영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기부가 중기청에서 ‘부’로 거듭난 뒤 ‘일자리 우선’ 정책을 겉으로는 표방하면서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수중소기업 기준과 관련해 “업력을 3년 이상과 3년 이하로 나누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IT 중소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적인 것만 고려해서는 곤란하다”며 “그런 기준이면 카카오 같은 기업들은 우수중소기업으로 분류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자산, 매출 등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지식재산(IP) 등을 포함해 지표를 다양화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