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통신서비스와 휴대폰 판매를 분리하는 단말기완전자급제(이하 완전자급제) 도입이 급물쌀을 탔지만, 실제 시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모두 공개석상과 달리 비공개 석상에서 우려감을 표시하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장은 최근 이동통신 3사, 삼성전자와 차례로 비공개 면담을 진행, 완전자급제에 도입과 관련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관련 업체들 모두 공식 석상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것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 3사는 업체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입장이 엇갈린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완전자급제에 공개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실제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완전자급제가 도입돼도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겠다고 발언했다. 반면 2~3위 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는 신중한 태도다. 완전자급제도입으로 기존 유통점을 이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불가능해 지면 현재의 시장 구조화 고착화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더라도 통신비가 내려갈 것이라는 신뢰성 있는 통계가 아직 없고, 오히려 고객들의 불편만 더 커질 수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완전자급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법제화를 강행할 경우 어쩔수 없이 따라가겠지만, 기본 원칙은 도입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완전자급제 도입을 반대해왔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법제화가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깔면서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공식적인 석상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대에 가까운 의견을 피력한 것.
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법제화되면 따르겠다”면서 “지난해 3가지 모델, 올해 5가지 모델을 자급제폰으로 출시했다. 정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자급제폰 비중을 늘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공개 면담에서는 이보다 더 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원가가 공개되는 만큼 영업비밀이 탄로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안 통과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과기정통부가 법률화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 국회 논의도 지지부지다. 지난 6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종전에 발의된 완전자급제법안을 포괄하는 더 강력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2.0(가칭) 법률(안)을 내놨다. 이외에도 완전자급제와 관련한 법률 2건이 있지만 이들 3개 법안 모두 과방위 법안 소위 안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국회서 논의하기 앞서 해당 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