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만 올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2개월 연속 2%대 상승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공업제품 오름폭은 축소됐으나, 농산물 등 식탁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전기·수도·가스요금도 14개월 만에 상승으로 전환됐고, 가중치가 큰 개인서비스는 큰 폭으로 올랐다.
주로 지출비중과 가격변동 민감도가 큰 품목에서 물가지수 상승이 두드러졌다. 상품 중에는 채소류가 전년 동월 대비 14.4% 올랐다. 무·배춧값은 공급물량 확대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나, 쌀(23.8%)과 토마토(44.4%), 파(35.6%) 등은 급등했다. 이에 따라 지출 목적별로는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가 5.4% 올랐다.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전기·수도·가스요금도 1.5% 상승으로 전환됐다. 도시가스요금 인하가 종료된 데 따른 영향이다. 가중치가 큰 개인서비스는 2.5% 상승했다. 공동주택 관리비(4.0%), 구내식당 식사비(3.3%), 가사도우미료(11.4%) 등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집세도 전셋값(1.0%) 상승의 여파로 0.4% 올랐다.
그나마 유류세 인하, 국제유가 하락에 힘입어 공업제품은 오름폭이 전월 2.0%에서 1.5%로 축소됐다. 단 유류세 인하 대상이 아닌 등유는 16.4% 급등했다.
정부는 전체 물가가 물가안정목표(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이조차 부담이다. 다른 경기지표들이 악화 또는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만 ‘나 홀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순수출이 GDP를 1.9%포인트(P) 끌어올렸으나, 내수가 마이너스 기여(-1.3%P)를 기록한 탓이다. 건설·설비투자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여를 보였다.
여기에 올해 3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2016년 4분기부터 8분기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 침체에 따른 투자 부진과 내수 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 일자리가 감소한 게 주된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상승 폭 확대는 자칫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