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농업 혁신, 생산성, 지속가능성 보고서(Innovation, Agricultural Productivity and Sustainability in Korea)'를 5일 내놨다. 이번 보고서에는 정부 정책이 농식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정책 제언이 담겨있다. OECD는 이번 보고서 발표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올 7월까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OECD는 고령화와 경제성장 둔화로 한국의 내수 농식품시장 성장이 앞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서 고부가가치 농식품 수출시장을 강조한 이유다. OECD는 특히 아시아 지역 농식품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식품산업의 영세성과 낮은 생산성은 극복 과제로 지적했다.
OECD는 농업 분야 공정 경쟁도 강조했다. 특히 비료, 농약 등 농기자재와 영농자금 서비스를 사실상 농협이 독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농협의 독점 때문에 다른 공급자들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농업인의 다양한 수요도 충족되지 못한다는 게 OECD의 진단이다. OECD는 또한 신용사업, 세제혜택 등 정부의 농업 금융 지원 제도 개선도 권고했다. 과다한 지원이 과잉투자, 농기자재 과용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효율적인 농업 자원 이용 방안으로는 세제 개편이 제시됐다. OECD는 유휴농지에 대한 중과세와 영농후계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통해 농업 분야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농에 대해서는 직접지불금(직불금) 등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아니라 노령·농지연금을 확충하거나 경영이양직불금을 도입해 은퇴 자금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물 재배와 가공, 유통을 일원화한 경제적 다각화, 농지임대차 활성화 역시 OECD가 제안한 농업 자원 이용 효율화 방안이다.
OECD는 농업정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OECD는 농가 소득이 저조한 이유는 낮은 사회보장률과 제한적인 농외(農外) 근로활동 때문이라며 광범위한 지역개발 정책을 농가에 더 많은 농외 취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정책적 일관성을 위해 농정(農政)목표와 사회보장정책을 연계해 농민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진단했다.
OECD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환경정책과 농업정책을 연계할 것도 강조했다. OECD는 한국에선 현재 가축분뇨 규제 외에는 농업 분야에는 특별한 환경 규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농업용 화학투입재 사용 억제, 탄소배출권 거래제 활성화, 자연순환농업, 오염 감시체계 강화 등을 제시했다.
민관 협력을 통한 농업 혁신 시스템 구축 방향도 OECD 보고서에 담겼다. OECD는 한국의 농업혁신시스템에는 정부와 민간, 생산자 간 연계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공공 분야의 과다한 연구개발(R&D) 투자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향식 정책 결정으로는 농가와 식품업계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ECD는 공공과 민간 서비스 제공자 간 협력을 통해 수요 주도적, 다원적, 분산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공공 투자나 개입은 공익과 관련된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OECD의 입장이다.
프랭크 반 통게른(Frank van Tongeren) OECD 무역·농업정책과장은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KOREA-OECD 한국농업 혁신보고서 발간 국제 세미나’에서 “농업정책도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는데, 풍부하고 독특한 식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한국의 농식품 분야는 수출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농가의 저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정만으로 접근해 온 지금까지와는 달리 농촌개발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