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필링크는 지난달 30일 장 마감 후 전환사채 관련 정정공시를 통해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변경했다. 또 “새로운 전환가액은 발행 당시 전환가액의 70% 이상이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삭제했다.
필링크는 앞서 지난해 3월 30일 215억 원, 31일 122억 원, 5월 10일 149억 원, 올해 1월 70억 원 등 총 556억 원 규모의 CB를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 조달 목적으로 사모 발행했다. 현재 일부가 주식으로 전환돼 장내에서 소화됐으며 남아 있는 물량의 권면총액은 323억 원 규모다.
문제는 필링크가 사채권자집회에서 별도 변경 합의를 체결해 리픽싱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 우려가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리픽싱은 주가가 낮아질 경우 전환가격이나 인수가격을 함께 낮춰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필링크는 7·8회 차와 10회 차 CB 발행 시 새로운 전환가액이 발행 당시 전환가액의 7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당시 전환가액이 각각 3457원, 4902원, 3487원인 것을 고려하면 주가가 2000원 아래로 떨어져 전환가액이 조정되더라도 70% 수준인 2420원, 3431원, 2441원을 최저 기준으로 주식 전환이 이뤄진다.
하지만 이러한 조항을 삭제하면서 해당 CB는 주가 하락 여부에 따라 필링크 주식의 액면가인 10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 주식 전환의 기준 가격이 낮아지면 전환 주식의 물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 희석 비율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아울러 전환가액 조정 기한을 3개월에서 1개월로 수정하면서 주가 변동의 즉각적인 전환가액 반영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9·10회 차 CB의 전환가액은 최근 2000원대까지 밀려난 주가가 반영돼 각각 2134원, 2441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종전 전환가액과 비교하면 전환 가능 주식 수는 이전보다 241만 주가량 늘었다. 아울러 7·8회 차 CB 역시 리픽싱 단서 삭제 관련 등기 중으로 조만간 2000원대 수준에서 전환가 조정이 이뤄져 전환 주식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발행된 CB와 발행 조건을 비교할 때 형평성을 맞춰 달라는 사채권자의 요청이 많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법리 검토 결과 정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주가 희석 우려를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많은데 당장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조기 상환하는 것보다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부채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