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엔’ 브랜드로 회사 알리기 나서 = 경동제약은 2010년 진통제 ‘그날엔’을 출시하면서 일반의약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진통제 시장은 이미 ‘게보린’, ‘타이레놀’ 등 빅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진통제는 효과가 거의 비슷하므로 사실상 마케팅·브랜드 싸움이다.
가수 아이유를 메인 모델로 내세운 그날엔 광고는 최근 ‘2018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통합미디어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흔히 진통제 광고라고 하면 ‘두통, 치통, 생리통’이 가장 먼저 떠오르듯이 적응증을 내세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류 대표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통증을 낫게 해주는 약이지만, ‘몸도 마음도 그날엔이 토닥토닥 해주겠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 것이다.
“약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질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제약사는 약을 파는 것이다. 아픈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류 대표는 그날엔 브랜드를 통해 경동제약이란 회사를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 1976년 설립된 경동제약은 40년 이상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래서 의사들에게는 익숙한 제약사이지만 대표적인 일반의약품이 없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설다. 그는 “경동제약은 ‘건강과 행복의 길잡이’란 모토를 갖고 있다”면서 “그날엔 광고를 통해서 단순히 그 제품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날엔이 경동제약의 첫 번째 일반의약품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야심차게 ‘헤모사랑’이란 임산부용 빈혈치료제를 출시했다. 그러나 경쟁 제품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쓸쓸히 시장에서 퇴장해야 했다. 류 대표는 “그때는 너무 준비 없이 덤벼들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 경험이 그날엔 브랜드를 선보이는 밑거름이 됐다.
경동제약은 앞으로 일반의약품의 비중을 전체 매출의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그날엔 시리즈 13종을 포함해 18종의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본적인 라인업은 갖춘 셈이다.
“애초에 조급한 마음은 없다. 10년 정도는 경동제약의 이름과 이미지를 알릴 계획이다. 경동제약이란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자리 잡으면 매출액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반의약품을 통해 우리 회사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다. 그러면 우리 약에 대한 신뢰감도 함께 쌓일 것으로 기대한다.”
◇매출 2000억 가시화… 광고도 기부도 열심히 = 그날엔 브랜드를 정착시키기 위해 류 대표는 광고선전비를 과감히 지출하고 있다. 2015년 114억 원, 2016년 108억 원, 지난해 111억 원 등 3개년 연속 1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중소제약사로서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비싼 모델을 기용하면서 이렇게 많은 비용을 쓰는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모델료 및 TV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다. 나머지는 전문의약품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 마케팅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공식적으로’ 쓰다 보니 숫자가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제약업계에서 경동제약은 나눔을 많이 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올해 3분기까지 29억 원을 사회 각지에 기부했다. 업계의 내로라하는 대형 제약사들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7월에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와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 각각 6억 원씩 총 12억 원을 기부했다. 창립 초기인 1981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기부액은 318억 원에 달한다.
내부 직원들을 위한 복지도 빠뜨리지 않는다. 6월 12억5000만 원 규모의 자사주 출연으로 150억 원 규모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조성했다. 이 돈은 자녀학자금을 비롯해 경조비, 출산축하금, 체육문화활동비 등 임직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해 쓰인다.
“저희는 사회로부터 돈을 번다. 당연히 다시 환원해야 한다. 특별히 기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할 수 있는 만큼’ 하고자 한다. 매출 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기부금은 줄이지 않을 것이다.”
비용 지출이 많아 보이지만 외형 성장도 착실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경동제약은 18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목표로 잡은 2000억 원 돌파가 머지않은 셈이다. 2011년 류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은 순조로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는 영업본부를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관심과 열정이 각별하다.
“직원들 도움이 컸다. 수출이나 위·수탁 사업 매출도 중요하지만 영업 매출 성장이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 제약 영업은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CEO가 되고 싶었다. 지방 영업사원들을 직접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경동제약 2기 돌입… 직원들과 성장 목표 = 부친인 류덕희 회장은 이달 초 임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동제약 1기는 올해로 막을 내린다고 선언했다. 이제 오너 2세인 류 대표를 중심으로 경동제약 2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43년이란 시간 동안 경동제약은 굉장히 강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앞으로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경동제약 2기의 목표다. 최우선 과제는 회사가 성숙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경동제약은 류 회장의 리더십으로 지켜낸 세월이란 느낌이 컸다. 업력에 맞는 성숙함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
류 대표가 말하는 성숙한 회사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회사를 뜻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신뢰와 소통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회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부·차장 등의 직급을 없애고 ‘주임·선임·책임’의 3단계 구조를 완성했다. 직급과 연차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한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을 수 있는 조직 구조다. 올해부터는 책임급을 시작으로 연봉제도 도입했다. 책임급에서 연봉제가 자리 잡으면 선임급까지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내년이 진짜 시작이다. 직원들이 우려하면서도 기대하는 것 같다.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연봉제는 그런 사람들에게 최적의 조건이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꾸리는 과정이 꼭 필요했다. 이제 내실을 충분히 다졌으니 외부적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
2006년 경동제약에 입사한 류 대표는 2011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만 29세 젊은 CEO의 탄생이었다. 제약업계에서 오너 2·3세가 경영 전반에 나서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류 대표만큼 젊은 경우는 드물다.
“어린 나이에 입사하자마자 직급이 이사였다. 회사의 많은 선배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앞으로 회사를 끌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나를 믿고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을 많이 키우자는 전략을 세웠다. 스스로 내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600명 직원들에게 내 역할은 구심점이다. 유능한 직원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류기성 대표는… 강남대학교에서 학사 과정을 마치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입사해 경동제약 기획조정실장, 2008년 등기이사 취임 후 계열사 류일인터내셔널 지사장 등을 지냈다. 2011년 경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 2014년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올랐고 2018년 현재 부친인 류덕희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