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이 10년 전에 비해 대립적이고 경직되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경제활동참가를 제외한 노사협력·정리해고 비용 등 노동시장을 평가하는 지표가 모두 하락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9일 ‘20-50클럽’ 7개국에 대한 세계경제포럼의 ‘국가 경쟁력 보고서(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를 분석한 결과 한국 노동시장 지표들은 ‘여성 경제활동참가’만 제외하고 모두 10년 전보다 순위가 하락해 20-50클럽 중 중위권이나 하위권에 머물렀다.
2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로 2008년 이후 이에 해당되는 국가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한국 7개국이 해당된다.
한국 노동시장은 △노사협력 △정리해고 비용 △고용해고 관행 △임금결정의 유연성 △임금 및 생산성 △전문경영인 의존도 지표가 모두 하락했다. 특히 노사관계를 평가하는 ‘노사협력’과 정리해고에 대한 사전고지 절차와 퇴직금을 평가하는 ‘정리해고 비용’이 7개국 중 가장 낮은 순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협력’의 경우 한국은 순위(124위)가 낮을 뿐만 아니라 20-50클럽 중 유일하게 10년 전에 비해 하락(▽29위)했다. 노사관계가 대립적이라고 평가받았던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순위가 각각 33단계, 12단계 오르면서 한국보다 높아졌다. ‘정리해고 비용’도 한국은 2008년 108위로 20-50클럽 중 7위였는데, 2018년에 순위가 더 하락하면서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렀다.
유연한 고용·해고가 얼마나 허용되는지를 평가하는 ‘고용해고 관행’에서는 한국이 10년 전보다 42위 하락한 87위를 기록했다. 이는 20-50클럽 7개국의 모든 노동시장 평가 지표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임금이 중앙교섭과 개별기업 중 개별기업단위로 결정될수록 높게 평가하는 ‘임금 결정의 유연성’ 항목에서도 한국은 2008년에 비해 순위가 떨어졌다. 20-50클럽 중 4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
임금이 근로자 생산성과 얼마나 상응하는지를 평가하는 ‘임금 및 생산성’은 한국이 2018년 16위로 전체 140개국 중에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10년 전보다 순위가 하락하면서 20-50클럽 내 3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15∼64세 임금 근로자 중 여성 비율을 평가하는 ‘여성 경제활동참가’ 항목은 한국의 순위가 2008년보다 상승한 53위를 기록했으나, 영국(17위), 프랑스(21위), 독일(29위), 미국(37위)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일자리전략 실장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지표에 대한 평가가 20-50클럽 중 중하위권인 가운데, 특히 노사협력, 정리해고 비용은 최하위였다”면서 “영국은 해고지침 완화, 공공노조 파업요건 강화, 근로형태 다양화 대응 등으로 노동시장 지표가 모두 상승했는데, 우리나라도 노동 관련 법규와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