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이날 퇴직연금 가입자의 합리적 상품 운용을 위한 행태 경제학 적용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퇴직연금 상품 제안서에 실질 수익률을 직접 제시하거나 중위험·중수익 디폴트 옵션 상품 구성을 제시한 경우에 고수익 상품으로 변경하는 등 고객의 선택 변화가 있었다. 이는 기존에 제공된 형식적인 퇴직연금 온라인 교육 이후에는 찾아볼 수 없는 변화였다.
이를 통해, 단순한 수익률 표준편차 제시로 상품별 위험도를 알리는 수준으로는 고객의 의사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금감원은 실질 수익률을 직접 제공해 고객이 얻을 이익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퇴직연금 가입자가 무관심하게 내버려 두는 등 불합리한 선택을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상품 제안서 표준서식’ 제정 때 상품별 실질 수익률과 물가 상승률을 참고 자료로 제시하고 고금리 순으로 상품을 배열해 총 수수료를 추가로 알려주는 등 방식으로 반영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는 디폴트 옵션을 계속 유지하려는 현상유지 편향과 같은 정보라도 형식에 따라 상품 선택이 달라지는 프레이밍 효과에 영향을 받는다”며 “이는 퇴직연금 제도 개선 시 가입자의 합리적 선택을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172조1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확정기여형(DC형)은 46조4000억 원으로 그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DC형은 고객이 상품 운용을 지시할 수 있지만, 가입자의 91.4%가 운용 지시를 변경하지 않았다. 이에 적립금의 83%가량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운용되는 등 연금 운용과 관리과 소홀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