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의 제임스 맥코맥 국가신용등급 부문 글로벌 대표는 9일(현지시간)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셧다운이 계속되면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에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람들이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수치를 눈여겨보고 있다. 시간을 들여 살펴보면 향후 10년에 걸쳐 정부 예산에서 이자 부담이 확실하게 높아질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상쇄하려면 재정 조정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적자가 확대돼 부채 이자를 갚고자 돈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럴 경우 미국 재정은 심각하게 악화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셧다운은 이날로 19일째를 맞아 역대 최장이던 빌 클린턴 전 정부의 21일에 육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셧다운 해소를 위해 멕시코 국경장벽 이슈를 놓고 이날 의회 지도부와 협상했으나 민주당이 장벽 건설에 반대하자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다. 트럼프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도 검토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아 셧다운 해소에 대한 기대를 꺾었다.
맥코맥 대표는 셧다운이 부채한도 증액에 악영향을 주면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셧다운이 3월 1일까지 이어지면 수개월 후 연방정부 부채한도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정책 틀과 예산을 통과시킬 수 없는 무능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트리플A’와 부합하는지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정부 부채한도 상한선은 20조 달러(약 2경2370조 원)이나 전문가들은 의회가 새롭게 부채한도를 증액해야 하는 3월 1일에 실제 부채는 2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회가 그 전까지 한도를 증액해야 하는데 셧다운이 계속되면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기간을 넘기면 수개월 후 미국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런 식으로 재정정책이 마비 상태에 이르면 경기둔화가 올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이는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미 미국의 2019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 달러를 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호황으로 세수가 늘어나도 재정수지가 이처럼 악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무디스의 빌 포스터 부사장도 “국가신용등급은 다른 모든 신용의 기초가 된다. 등급이 강등되면 미국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한다”며 “이는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2011년 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촉발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을 연상케 하고 있다. 당시 S&P는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을 이유로 70년 만에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이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패권에 금이 가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S&P가 강등을 결정한 바로 다음 월요일인 8월 8일 뉴욕증시 3대 지수가 5~6%대 폭락하는 ‘블랙먼데이’가 일어났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어깨도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당분간 보류하고 더 나아가 중단할 가능성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