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 기업에 대출 아닌 '투자'…은행도 유망주 육성 나선다

입력 2019-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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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위주 '기업평가' 인식 변화…펀드 등 유망 스타트업 육성 탄력

국내 시중은행이 '혁신 기술'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하면서 기업들이 활력을 찾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이 ‘눈에 보이는’ 자산 위주의 담보대출을 고집하면서 기술 위주의 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은행이 직접 자금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업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 “전통적인 담보대출에서 기술에 대한 투자로” = P2P 금융기업 어니스트펀드는 은행으로부터 ‘직접투자’를 받은 대표 수혜자다. 신한은행(2015년 말)과 KB인베스트먼트(2016년 중순), 한화인베스트먼트(2018년 중순) 등으로부터 총 92억 원의 지분을 투자받으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투자자 보호가 취약했던 P2P 금융사가 은행에 투자금액을 위탁하는 ‘신탁관리시스템’ 도입도 신한은행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우리처럼 사람과 기술, 비전 빼고 담보가 될 만한 자산이 없는 기업들은 돈을 빌리기가 매우 어려운데, 금융사들이 이를 인정해주고 투자했던 것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이러한 금융기관의 변화는 신규 업체엔 호재”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유망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가 적극적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15일부터 신한퓨처스랩 5기 스타트업을 모집 중이다. 단순히 기업에 돈을 지원하는 것을 떠나 외부투자자 연계 등도 지원한다. 이때 주력 자회사인 은행도 해당 기업과 협업을 하는 구조다. 단순히 여수신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그쳤던 은행의 또 다른 모습이다.

2015년 5월 출범 이후로 총 23개의 스타트업이 퓨처스랩을 통해 81억2000만 원가량의 ‘직접 투자’ 혜택을 받았다. 1기에는 어니스트펀드에 15억 원(지분 8.3%)을 2기에는 파워보이스에 27억 원(지분 11%)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한금융은 올해도 지분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최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KB금융도 2015년 8월부터 KB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육성을 지원한다. 직접 지원하는 것은 물론 펀드를 조성해 간접 투자방식도 병행한다. 지금까지 56개의 스타트업이 KB스타터스로 지정돼 총 134억 원의 계열사 투자(직접) 및 CVC 펀드(간접)의 수혜 대상이었다. 어니스트펀드, 레이니스트(개인자산관리 서비스), 마크베이스(시계열 대용량 처리 DMBS) 등의 업체는 KB금융으로부터 1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으며 성장했다.

◇ ‘건전성 관리’에 적극적인 투자는 없어 = 우리은행은 '은행' 차원에서의 창업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이다. 지분을 직접 사들이거나 신주인수권부사채(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와 전환사채(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진행된 1차 공모에서는 12개 업체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 같은 해 11월 2차 공모에는 8개 업체가 8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 비슷한 규모로 공모, 수시모집 등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해 말 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하나벤처스’를 출범시켰다. 하나벤처스는 1100억 원의 펀드를 조성해 2021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펀드 운용에 나선다.

구조는 KB금융과 신한금융과 유사하지만 주로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8월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1100억 원 규모민간 모펀드인 ‘KEB하나-KVIC 유니콘 모펀드’도 결성하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거대 금융사의 지원치고는 금액이 협소하다는 비판이 있다. 주요 금융기관이 펀드에 조성한 금액을 제외하면 직접 투자에 쏟은 금액은 10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건전성에 집중해야 하는 금융기관 특성상 상환 가능성이 떨어지는 스타트업에, 그것도 대출이 아닌 투자하기란 위험요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직접 투자는 은행의 본질적인 업무가 아니고, 건전성 관리하는 차원에서 위험한 방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의 방향성에 따라 은행들이 움직이는 탓에 지속해서 투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플랫폼을 제공하는 코인플러그는 2015년 말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15억 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이후 은행으로부터 더 이상의 투자는 없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로 당국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수혜 대상에서 벗어난 탓이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마땅한 담보가 없는 신규 기업에 1금융권의 투자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당국 정책에 따라 지원이 되기도 안 되니까 그 이후에는 (은행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관심을 많이 가지고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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