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화웨이와 그 자회사 스카이컴테크 등에 대해 무려 수십 개 혐의로 형사 재판에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이란 제재 위반, 은행 사기 등과 관련해 13개 혐의로 화웨이와 스카이컴의 임원 4명을 고소했다. 아울러 지식재산권 침해 등 10개 혐의로 화웨이의 다른 임원 2명을 기소했다.
지난달 초 캐나다에서 체포돼 현재 보석 석방 상태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서도 신병 인도를 공식 요청했다.
이날 발표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워싱턴D.C.를 방문해 미·중 무역회담을 갖기 이틀 전에 이뤄졌다. 무역협상과 화웨이 제재는 별개의 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법무부는 35일로 사상 최장 기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이 지난 25일 끝나자마자 바로 화웨이를 기소해 그만큼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를 경계하고 있다는 점을 보였다.
법무부가 적용한 혐의는 은행 사기와 사법 방해, 미국 파트너인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로부터의 영업기밀 탈취 공모 등 다양하다.
매슈 휘터커 미국 법무장관 대행은 “뉴욕 소재 연방대배심이 기소를 권고했다”며 “우리는 수년간의 조사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소는 크게 두 가지의 범죄와 관련이 있다”며 “첫 번째는 화웨이가 미국 사업파트너 중 하나인 T-모바일로부터 기술을 훔쳤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실제로는 자회사인 스카이컴이 자사와 관련이 없다고 미국 은행들에 거짓말을 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면서 이란 제재를 어겼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멍완저우는 스카이컴이라는 유령회사를 세우고 이란 통신사에 미국 통신장비를 판매하는 화웨이의 불법 행위를 진두지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멍완저우는 2008년 스카이컴 이사에 취임했으나 다음 해 물러났다. 화웨이는 2009년 스카이컴 지분을 완전히 정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화웨이가 여전히 경영권을 쥐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미국 사법당국은 화웨이가 T-모바일의 휴대폰 시험용 로봇 ‘테피(Tappy)’와 관련된 기술을 탈취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왔다. 미국 검찰은 화웨이가 다른 기업들로부터 비밀 정보를 성공적으로 훔친 직원들에 보너스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로 성장했지만 지난 2012년 미국 의회가 스파이 의혹을 제기한 이후 사실상 미국시장 진입이 봉쇄된 상태다.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는 물론 독일과 일본 대만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이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영미권 국가는 이미 자국의 새 5G 프로젝트에 화웨이가 참여하는 것을 제한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정부 조달품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 제품 사용을 배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멍완저우 체포에 캐나다인 십여 명을 구속하고 그중 한 명은 마약 밀수 혐의로 사형을 언도하는 등 캐나다에 보복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중국계 호주인 작가 양헝쥔이 중국에서 억류된 것으로 확인돼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호주에도 보복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