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혁신 자유이용권’ 경쟁률 5대 1...4월 첫 수혜자 나온다

입력 2019-02-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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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개 회사 105개 아이디어 접수...내달 우선심사 대상 20여건 확정

“경쟁률이 5대 1이에요. 제3 인터넷은행보다 치열해요. 그간 금융규제 벽이 얼마나 높았는지 실감이 나시죠?”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도전장을 내민 한 금융회사 임직원의 말이다. ‘제재 안 할 테니, 마음껏 놀아봐라’로 요약되는 이 제도는 미래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는 ‘금융 자유이용권’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사전 접수에 80개 회사, 105개 아이디어가 몰렸다. 신청 규모만 놓고 보면 인터넷은행보다 많다.

곳간 넉넉한 시중은행들도 놀이터 입장을 위해 줄을 섰다. 신(新)사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핀테크와 금융사의 치열한 ‘혁신 레이스’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신한·우리·NH 등 4대銀 도전장 =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금융규제 샌드박스 사전신청에 KEB하나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15개 금융회사가 27개 서비스를 신청했음을 고려하면 메인 플레이어 비중이 3분의 1에 달한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대출고객을 끌어오는 대출모집인은 1개 금융사와만 계약하도록 한 규정을 풀어 달라’는 등 영업 관련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우선 이달 중 최대 40여 곳의 우선심사 대상 후보군을 선정해 법률상 심사 요건을 충족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우선심사 후보군은 △혁신성 정도 △핀테크 분야별 대표성 △서비스 제공 준비 상황 △금융산업과 여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단장은 “다음 달 말 혁신위 사전보고 등을 거쳐 최대 20여 건의 우선심사 대상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심사에서 탈락한 기업도 4월 중 재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활성화로 ‘한국판 알리페이’ 기대감 업 =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처음 시행한 곳은 영국이다. 2014년부터 운영해 올해까지 276개 기업을 지원했다. 놀이터에서 놀던 기업 10곳 중 4곳이 투자를 받았고, 테스트를 거친 일부 기업은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싱가포르와 호주, 홍콩, 일본 등도 그 뒤를 발 빠르게 따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핀테크 활성화 기대감 때문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못하는 게 없는’ 세상이지만, 돈이 걸려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대표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에는 200만 원 한도가 걸려 있다. 냉장고나 TV를 살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대출도 못 받는다.

중국 알리페이가 2011년 5월 제3자지급결제 서비스를 시작해 월 5억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기업 컨설팅업체 어니스트 앤 영에 따르면 한국의 핀테크 사용률(2017년 기준)은 32%에 불과하다. 1위 중국(6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도(52%), 영국(42%), 브라질(40%), 호주(37%)가 핀테크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 동안 한국은 스페인(6위), 멕시코(7위), 홍콩(11위)에까지 밀려 12위로 떨어졌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금융사업자를 신속히 법규에 반영하고 인가 단위별로 진입 요건을 현실화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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