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설립된 중국 2위 이커머스 기업 징둥그룹은 창업 10년 만에 미국 나스닥에 입성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징둥닷컴은 고질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까지 9년간 징둥닷컴의 누적 손실액은 188억 위안(한화 약 3조 1830억 원)에 달한다.
징둥의 손실은 과감한 물류 투자가 원인이다. 징둥의 물류센터는 2017년 486개였고, 총 면적은 1000만㎡(302만여평)에 이른다. 앞으로 보유 창고면적을 5000만㎡(1512만여평)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직매입·직배송 모델을 도입한 징둥은 전통적인 물류센터뿐 아니라 신기술을 활용한 물류사업에도 매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징둥의 물류 투자 비용은 한 해 295억 위안(한화 4조 9879억 원)이다. 9년 누적 손실을 넘어서는 규모다. 물류 투자가 아니라면 손실이 아닌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셈이다.
징둥닷컴이 물류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뭘까. 고객과의 접근성 강화가 가장 큰 이유다.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각 도시에 1~2시간 내에 배송할 수 있는 소규모 창고를 확보해 거미줄 같은 배송망을 갖추고 있다. 이는 최근 국내의 당일 배송보다 몇 배 더 빠른 속도로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중국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매장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월마트라 불리는 선아트리테일의 지분을 사들였고, 신선식품 배달체인 허마도 인수했다.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와 견줄만한 전략이다. 이는 2위 징둥닷컴의 물류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빠른 배송을 펼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징둥의 소규모 창고에 대항마로 내세운 것이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사상 첫 100조원을 넘어선 우리나라도 온라인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배송 경쟁이 치열하다. 2000년대를 전후한 이커머스 태동기 기업들은 더 저렴하고 더 많은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격과 상품수 경쟁보다 빠른 배송이 더 중요하다.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모바일ㆍ온라인으로 쇼핑한 물건을 누가 더 빨리 배달해주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되다 보니 유통업계가 배송 서비스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빠른 배송은 소비자뿐 아니라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류부문 일자리 창출은 물론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유통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제품별로 하루 평균 판매량을 분석하고 제품이 물류창고에서 출고될 때마다 며칠동안 판매할 물량을 추가로 확보한다. 배송이 빨라지면 그만큼 제조사로부터 주문 주기도 짧아지게 된다.
세종대 유통산업학과 전태유 교수는 “배송이 빨라지면 재고 소진도 빨라지는 만큼 배송 경쟁은 결국 제조업의 가동률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며 “이는 배송사원의 채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제조사의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어 경제 전반에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송은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커머스 기업의 배송 전쟁은 당일을 넘어 징동처럼 1~2시간 배송에 근접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플렉스’를 지난해 8월 론칭했다. 쿠팡플렉스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차로 물품을 배송하는 것으로, 자체 배송기사인 ‘쿠팡맨’만으로 부족한 인력을 메꿔주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규모는 올해 1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는 쿠팡을 필두로 신세계가 기존 온라인몰을 통합한 SSG닷컴을 론칭했다. 올해 매출 목표가 3조1000억원인 SSG닷컴은 장기적으로 전국 주요거점에 5~6개의 대형 온라인전용물류센터를 확보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 10조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다 온라인 장보기의 확산으로 조만간 온라인몰 통합이 예정된 롯데를 비롯해 홈쇼핑, SSM, 편의점, 식품업체까지 배송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어 온라인 주도권을 둘러싼 배송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