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딱따구리나 사람이나

입력 2019-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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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만물이 소생하는 봄! 꿈과 희망으로 가슴 부푸는 3월이건만 미세먼지로 인해 그 꿈과 희망이 빛을 잃는 것 같다. 맑은 공기를 맘껏 호흡하지 못하고 실내에서 웅크리고 있는 우리의 신세도 안타깝고, 미세먼지 속에서 뿌연 모습으로 멍하니 서 있는 갓 핀 매화도 처량하다. 그 옛날의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하는 것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고,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무자비하게 자연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자초한 재앙인 것이다. 이런 재앙을 불러들이는 데에 앞장선 정도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50보 100보, 자연에 대해 인류 맘대로 횡포를 부린 건 세계인이 매한가지다. 전 인류가 다 같이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이처럼 숨도 제대로 못 쉬게 된 처지이면서도 여전히 자연 파괴를 멈추지 않고, 이제는 우주까지 파괴할 양으로 우주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꼴을 보자면 인류가 지구상의 어느 동물보다도 미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후기의 시인 이양연(李良淵·1771-1853)이 쓴 시에 “딱따구리야, 딱따구리야! 나무 쪼기를 멈추려무나. 이 늙은 나무의 배가 반밖에 남지 않았구나. 비바람에 내가 쓰러지는 건 차라리 두렵지 않다만, 나무가 쓰러지고 나면 네가 살 집이 없어진단다.(啄木休啄木, 古木餘半腹. 風雨寧不憂, 木摧爾無屋.)”라는 시가 있다. ‘쫄 탁(啄)’과 ‘나무 목(木)’을 쓰는 啄木은 ‘啄木鳥(조)’ 즉, 딱따구리를 뜻한다. 딱따구리가 자기가 살 나무를 쪼아대듯이 우리가 살 환경을 파괴한 결과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오늘날의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는 시이다. 숨 쉴 공기마저도 없는데 인류의 편리를 위한다며 여전히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이 우매한 현실을 어찌 해야 할까? 탐욕으로 인해 꽉 막혀 버린 지혜의 샘을 뚫어서 인류의 이 어리석은 ‘개발’을 멈추게 해야 할 텐데…. 과연 그게 가능한 일일까?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던 그 옛날이 참으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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