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정부에 ‘SOS’를 청했다. 인터넷 악성 게시물 관리에 규제 당국의 더 많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CNBC 방송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유를 중시하며 정부 개입을 반대해오던 IT 공룡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커버그는 이날 ‘인터넷은 새로운 규칙을 필요로 한다’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WP) 기명 칼럼에서 “정부와 규제 당국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규제가 적극적으로 필요한 분야로 유해 콘텐츠, 선거 보호, 프라이버시, 데이터 이동성 4개를 꼽았다.
저커버그는 “인터넷 기업은 해로운 콘텐츠를 다룰 책임이 있다”며 “유해한 콘텐츠를 모두 인터넷에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이 수십 개의 서로 다른 공유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 표준화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인터넷의 정치 광고를 규제할 법안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정치적 행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공통 기준이 있다면 우리 시스템은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어떤 광고가 정치적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저커버그는 또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언급하며,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을 촉구했다. GDPR는 기업이 사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하면 과징금 폭탄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초강력 개인정보보호 규정이다. 그는 “더 많은 나라가 GDPR와 같은 규제를 채택한다면 인터넷을 위해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정도 요구했다. 그는 “이것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창조하는데도 중요하다”며 “데이터 이동 시 누구에게 정보보호의 책임이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는 그동안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반대해왔다. 2011년 5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e-G8’ 포럼에서 그는 “인터넷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것만 분리해낼 수도 없고 당신이 싫어하는 것들을 통제할 수도 없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런 저커버그가 정부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선 것은 최근 거세지는 페이스북에 대한 비난 여론과 무관치 않다고 CNBC는 평가했다. 러시아 측이 페이스북을 이용해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등의 수법으로 미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드러났다. 15일에는 뉴질랜드 총격 테러범이 페이스북으로 범행을 생중계하면서 페이스북이 테러를 방조했다는 비난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