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당 1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첨단 선박제조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던 중국인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번 사건은 외국인 산업스파이에 의한 조직적인 기술유출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조선분야에 대한 중국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대담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9일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독점하다시피하는 고부가가치선 드릴십(심해원유시추선) 등 조선 분야 최첨단 기술을 유출하려 한 중국인 선급검사관 장 모 씨를 구속 기속하고 또다른 중국인 2명을 입건유예 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영 해운사, 미국 선급회사에 파견 요청
중국이 국내 조선기술을 빼가기 위한 시도는 많았다.
대부분이 몸값을 높여 준다며 인력을 빼가거나, 브로커를 통해 이뤄졌지만 중국인이 직접 합법적인 신분으로 기술유출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는 지난해 9월 국내 조선업체인 S중공업에 미국 선급회사의 선급검사관 자격으로 파견돼 근무해 왔다.
이는 중국 해운회사가 S중공업에 선박을 발주하면서 선급검사관을 중국인으로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 씨는 각종 선박을 검사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 서버에 마음대로 접근해 노트북 등에 저장해 중국으로 유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동료 선급검사관의 저장장치와 S사 서버에 저장돼 있는 드릴십 설계도면과 LNG운반선 등 각종 기술자료 1500여개 파일을 몰래 빼돌렸다.
◆기술유출시 32조원 피해
장 씨가 빼돌린 기술은 조선분야 7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드릴십.
드릴십은 1척당 평균 8000억원에서 1조원에 거래되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전세계 발주량의 90% 이상을 국내 BIG3 조선소가 건조하고 있다.
드릴십은 수심이 깊어 해상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를 말한다.
국내 조선업체가 지난 5월 사상 최고가인 9억4200만 달러에 달하는 드릴십 1척을 수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특히나 고유가 시대에 해양 유전개발이 부각되면서 앞으로 드릴십 수요는 급증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S중공업의 경우 지난 10년간 드릴십 기술개발에 3000여명의 개발 인력과 수백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조선협회는 이같은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면 국내 조선업계 유출 예상 피해액이 향후 5년간 3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술 유출 ‘경각심’ 가져야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기술유출 사건이 이어지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은 철저한 컴퓨터 보안을 실시해왔고 그 이후에는 기술유출에 대한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그러나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더라도 빈틈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만큼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오랫동안 많은 자금을 투자해 기술을 개발해도 경쟁사에 유출되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기술 유출의 대부분은 직원들의 소행인 만큼 직원들에 대한 윤리 및 보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높소리를 높였다.
세계 1위인 국내 조선 기술의 해외유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내 조선분야 선박제조 관련, 지난해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정부 차원의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다.
또한 국가신기술로 지정된 조선 기술을 중국 등 해외로 유출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