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전기자동차(E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 하이브리드 시장 저변을 확대해 자사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HV 기술을 경쟁사들이 도입하면 해당 부품 수요가 늘어나 도요타도 비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HV는 EV와 주요 부품을 같이 쓰고 있어서 EV 경쟁력 강화도 꾀할 수 있다.
도요타는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무료 개방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안드로이드권으로 묶은 것과 같은 효과를 꾀하는 셈이다.
도요타의 HV 관련 유효 특허 수는 약 2만 개에 달한다. 전기화와 관련된 모터와 전력 변환 장치, 배터리 등 HV의 기본 성능을 좌우하는 최신 기술 대부분이 무상 제공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HV 시스템 제조 노하우와 양산 기술 등은 경쟁사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미 1983년부터 EV 개발에 착수했지만 양산 모델은 2012년 출시된 소형차 ‘eQ’가 마지막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전환 추세가 강해지는 가운데 도요타는 HV에 주력해 대응이 늦었다.
반면 HV에서 도요타는 압도적인 우세를 자랑하고 있다. 1997년 세계 최초 양산 HV 프리우스를 출시했으며 20년간 가격 경쟁력도 제고했다. 세단 코롤라 HV의 중국 판매가는 230만~290만 엔(약 2342만~2953만 원)으로, 코롤라 휘발유 차량 가격(200만~230만 엔)과 겹친다. 일본 이외 유럽과 중국에서도 판매를 늘리면서 HV 누적 판매량은 1300만 대에 이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동차 연비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도요타가 HV 시장을 확대하려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CAFE’ 연비 규제에 직면했다. 이 방식은 회사별로 판매한 전 차량의 평균 연비를 규제하는 것이다.
기준이 가장 까다로운 유럽은 1km 주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치를 2015년에 평균 130g으로 정했으며 2021년에는 배출량을 95g으로 30% 더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리서치 업체 PA컨설팅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 13곳 중 2021년에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는 도요타와 혼다 등 5곳에 불과하다. 특히 도요타는 자동차 업체들 중 가장 낮은 87.1g의 배출량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HV다.
자동차업체가 EV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HV나 차세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PHV)’가 연비 규제에 대응할 현실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도요타는 보고 있다.
전 세계 신차 판매에서 EV가 차지하는 비율은 2030년에도 1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HV는 43%로, 작년보다 40%포인트 가까이 높아지고 휘발유 차량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HV는 장기적으로 과도기의 기술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은 오는 204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HV 판매도 금지할 방침이다.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에서 HV를 제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