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난해 이직한 50대 이상 직장인 수가 3년 전의 두 배로 급증했다고 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JAC리크루트먼트와 파솔캐리어 등 인력소개업체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력소개업체를 통해 이직한 직장인은 연간 약 20만 명에 이른다. 그중 50세 이상 전직자는 2015년보다 두 배 늘어 작년에 1만5000~2만 명에 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같은 기간 20~30대 이직자 증가율이 30~40%였던 것과 대조된다.
도심 재개발 열풍에 건설 기술자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경리나 경영기획을 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찾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일손부족을 배경으로 스타트업 등이 제시하는 급여 수준도 올라 50대 인력이 찬밥 신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도쿄 소재 주오건설(中央建設)은 지난해 채용한 약 40명 중 절반 이상이 50대의 건축 기술자다. 전원이 정규직이며 7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동일한 노동 조건과 임금으로 일할 수 있다. 와타나베 고지 주오건설 사장은 “예전에는 젊을수록 좋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기술력 있는 50대가 가치 있다”고 말했다.
현장 감독 등을 맡을 수 있는 건축 기술자 인기가 높다. 경력에 따라 이들의 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기업 구인자 비율)은 4.43배로, 전 직종에서 가장 높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건축 기술자의 전직은 3년간 세 배 늘었다.
중년 일자리 증가는 건설업 이외 분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일손부족이 심각한 유통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은 다양한 업종에서 재무와 경영기획 등 관리 부문의 중년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대기업 부장이나 과장이 스타트업 임원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력소개업체 엔재팬은 관리 부문의 50세 이상 이직자가 3년간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회계부서에 근무했던 57세의 한 남성은 지난해 말 한 스타트업 경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1300만 엔(약 1억3340만 원)이었던 연봉이 이직 후 1000만 엔으로 낮아졌다”며 “60세가 넘어서도 전문성을 살릴 수 있어서 안심하고 일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고 만족했다.
엔재팬의 아마노 히로부미 부장은 “과거 50대는 은퇴를 앞둔 위치였다”며 “지금은 정년 연장 등으로 10년은 더 일할 수 있는 실무형 임원 후보로 평가가 달라졌다”고 50대의 바뀐 위상을 설명했다.
과거 일본은 50세 이상이 이직할 때 급여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JAC에 따르면 가장 수요가 강한 50세 이상의 건축 엔지니어의 이직 시 급여는 평균 654만 엔에 달한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면 직급 정년 등으로 임금이 20~30% 삭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직해도 사실상 대기업에 다닐 때와 비슷한 연봉을 유지할 수 있다.
60세가 넘어도 같은 조건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리크루트캐리어의 히라노 류타로 시니어 컨설턴트는 “정년 직전의 59세 이직자가 특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