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피터 드러커는 1980년대와 90년대 수차례 일본 소매·잡화업체 이토요카도를 방문해 당시 경영진과 교분을 쌓았다. 그는 1990년 ‘새로운 현실의 도래’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이토요카도가 소매업 주류에서 뒤처질 뻔했던 개인 상점이 판매의 주류로 올라설 방법을 제시한 것에 탄복한다”며 “이는 위대한 사회적 혁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드러커의 찬사는 이토요카도의 자회사인 편의점 ‘세븐일레븐재팬’을 가리킨 것이었다.
그로부터 30년 뒤 편의점 업계는 전례 없는 역풍에 맞닥뜨리게 됐다. 바로 올해 2월 일어난 세븐일레븐의 24시간 영업 방침 검토다.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시의 세븐일레븐 가맹점 점주가 일손 부족을 이유로 영업시간을 19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본사와 대립한 것이 그 발단이 됐다.
여기에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일하는 방식’ 개혁을 추진하는 사회 흐름까지 겹치면서 편의점에 대한 전례 없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기업들은 매장 수를 대폭 줄이고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실험을 시작하는 등 경영노선 수정을 강요당하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편의점 업계가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민관이 함께 브레이크 없는 팽창을 지원했던 편의점 산업의 성장사가 그 배경에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일본에서 편의점이 세워진 계기는 대형 소매매장 출점 규제다. 일본 정부는 1974년 중소 영세 소매점을 보호하고자 ‘대형소매점포법’을 시행했다. 일본 호세이대학의 야하기 도시유키 명예교수는 “당시 소매업체들이 소형 점포를 잇따라 내면서 정부가 미국에서 소송이 이어졌던 소형 소매점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제나 사회적인 수요도 편의점의 발전을 뒷받침했다. 지금은 친숙한 편의점의 전기료와 가스 요금 대납 등의 서비스로 1980년대에 24시간 영업이 단번에 확산했다. 게다가 당시 일본 기업들은 최고의 절정기여서 야근하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도시락과 반찬 등의 수요가 폭발했고 편의점은 이에 부응하는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됐다.
또 1990년대부터는 일본 정부의 편의점 규제가 완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주류와 쌀 판매 허용이다. 이에 당시 많은 주류 소매점이나 쌀가게가 편의점으로 변신했다. 90년대 말에는 영양 드링크가 규제 완화 대상이 됐으며 2002년 은행법 개정으로 편의점 내 현금인출기(ATM)를 설치하는 세븐은행이 설립됐다. “편의점이 상점을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드러커의 찬사가 여기에서 나왔다.
2000년대에도 편의점은 정부의 규제 혜택을 톡톡히 봤다. 2008년 담배 자판기용 성인 인증 카드인 ‘타스포’가 도입되면서 개인정보 등록을 꺼린 흡연자들이 편의점으로 몰렸다. 이에 담배가 편의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타스포 도입 전의 15% 정도에서 5년 만에 25%를 넘어섰다.
즉 일본의 편의점사를 돌이켜보면 규제 개혁과 사회·경제 변화에 대한 대응이 성장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편의점 업계는 정부 규제 혜택에 너무 의존하다가 사회·경제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24시간 영업을 사회악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하는 방식 개혁이 요구되는 가운데 그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심야 근무 감소나 고령화에 따른 아침형 생활방식 전환 등으로 편의점 성공모델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신문은 일손 부족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지금 편의점 업계가 유연하게 다음 성장동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경영의 IT화와 해외시장 개척 등 지속적인 성장을 찾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