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하게 귀에 이어폰을 꽂고 3열에 몸을 파묻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를 위한 공간으로도 모자람 없이 배려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신차 발표회. 무대에 올라선 그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겸손하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제품 설명을 이어간다.
차의 특성과 개발 과정, 공간을 배려하기 위한 노력 등 팰리세이드 개발 스토리는 부드럽게 날아와 가슴팍에 꽂힌다.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다.
2010년대 들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제품을 알리고 특징을 전달할 수 있는 이른바 ‘프로모터(Promoter)’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자동차 업계의 ‘스티브 잡스’를 찾기 위해서였다.
현대차의 고민도 비슷했다. 삼성전자에 빼앗기긴 했으나 BMW 출신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과 물밑 접촉을 시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의 제품전략을 전달할 새 인물은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했다. 동시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두루 경험한 사람이어야 했다. 무엇보다 브랜드에 걸맞은 이미지도 절대적이었다.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2016년 현대차 스타일링 담당으로 합류한 이상엽 상무(현재 전무)였다.
1969년생인 그는 서울 홍익대를 거쳐 자동차 디자인의 명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ACCD를 졸업했다. 이후 GM과 폭스바겐에서 스타일링을 담당했고, 벤틀리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의 디자인 역량은 일단 합격점이다. 없어서 못 파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그의 손을 거쳤다. 잘생긴 8세대 쏘나타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그의 역량은 스타일링을 넘어 ‘프레젠테이너(프레젠테이션과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넓어지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거치면서 몸에 익힌 걸출한 외국어 실력도 메리트였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의 브랜드 방향성을 정립하고 추진하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며 “실제로는 디자인적 역량을 더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