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 내부에서 “유리천장을 깨달라”는 요구가 불거졌다. 현재 금감원의 여성 임원 비율은 ‘0%’ 수준. 이런 상황에서 윤석헌 원장이 외부 행사에서 ‘여성 임원 비율 확대’를 주장하는 모순된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한 비판이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늘리려는 정부 기조와도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 블라인드에 ‘우리 인사나 잘 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윤석헌 원장이 20일 블룸버그 양성평등지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은행의 여성임원 비율은 7.2%로 글로벌 은행에 비해 미흡한 수준으로, 성 다양성 제고 노력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발이다.
문재인 정부는 여성 장관 30% 시대를 열었다. 2020년까지 공공기관 여성 임원을 10.5%에서 20%까지 높이는 ‘여성관리자 임용 목표제’를 추진하고 있다. 윤 원장도 이에 발맞춰 ‘여성금융인 네트워크’ 등 각종 외부 행사에 참석해 여성 임원 비율 확대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여성 임원 진출은 2017년 이후 맥이 끊겨 내부에서 여성 임원 자리는 없다. 이에 승급에서 밀려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2009년부터 2017년 동안 외부 출신 문정숙, 오순명, 천경미 전 부원장보가 금감원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 자리를 거쳐갔다. 하지만 지난해 정성웅 부원장보가 임명된 뒤로는 부원장보 11명과 부원장 4명, 총 15명을 통틀어 여성 임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임원을 제외한 직급을 봐도 지난해 말 기준 금감원 전체 국실장 77명, 팀장 283명 중 여성은 파견직 포함 각각 4명, 13명에 불과하다. 금감원 내 여성 비율(29%)을 고려해도 극히 적은 수치다.
특히 공채 직원들의 반발이 크다. 통상 정기인사 때 평균 3~4명이 여성 팀장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첫 여성 공채 직원 1명이 팀장 자리에 임명됐지만, 올해에는 여성 팀장 3명 중 공채는 1명도 없다. 공채 직원 중 남성 팀장은 50명에 달한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은행에 신규 채용자 성비를 경영공시에 포함하도록 해 임원의 남녀 비율도 공개하도록 한 만큼, 감독당국으로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2000년 1기 공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합격자 비율이 50%를 넘겼다. 2000년대 초반 3: 7 수준에서 최근 동등한 비율로 올라선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성 직원들은 육아휴직 기간에 고과가 깔리는 것은 물론 고과를 잘 받을 수 있는 총괄, 기획팀에서 끌어가질 않는다”며 “여전히 견고한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