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연고 꼬리표’ 아시아나… 정부·채권단-원매자 여론전 격화

입력 2019-04-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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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매각 추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1조6000억 수혈

“충분히 지원해야 매각 유리” 지원 규모, 예상보다 6000억 ↑

정부·채권단, 경영능력 검증된 한화 등 대기업 나서길 원해

업계선 “향토기업, 호남서 사야”… 사모펀드 참여 가능성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1조6000억 원을 지원한다. 채권단이 아시아나에 힘을 실으면서 연내 매각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정부·채권단과, 원매자들 사이의 여론전은 격화할 조짐이다.

◇아시아나에 힘 싣는 채권단… “연내 매각 목표” = 산은은 23일 아시아나에 대한 1조6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우선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아시아나에서 발행하는 영구채 5000억 원을 사들인다. 직접적 지원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나머지 1조1000억 원은 예비적 지원이다. 3000억 원은 보증의 일환인 스탠바이 신용장(LC), 나머지 8000억 원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크레딧 라인 형태로 지원한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측했던 지원금 ‘1조 원’을 6000억 원 웃도는 규모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그만큼 정부와 채권단이 아시아나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 부행장도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매각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직원 안정성이나 복지에도 도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이 아시아나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매각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 매각) 일정을 정해놓으면 불리한 협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연내 마무리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치닫는 여론전… 아시아나항공 ‘어디로 가나’ = 이번 정상화 방안 마련으로 아시아나 매각이 본격 궤도에 오른 만큼 앞으로 정부와 채권단, 원매자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여론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화, SK, CJ 등 재벌 그룹이 나서서 아시아나를 사들이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수자가 아시아나를 사들이면 또 다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정부에서 재벌 그룹들 중 하나가 ‘적격’이라는 식으로 여론전을 벌일 것”이라며 “여론이나 특히 호남 지역에서도 받아들이는 분위기 형성되면 관련 그룹들도 부담을 줄이고 인수전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경 구조조정본부장은 “박삼구 전 회장이 이동걸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 항공 발전을 위해서 능력있는 투자자가 인수해 정상화하길 바란다’는 말로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일찌감치 여론을 재벌 그룹 쪽으로 건드리는 모양새다.

원매자들의 여론전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소위 금호의 ‘호남 향토기업’으로서의 지역성을 강조하며 호남 기업이 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아시아나의 ‘호남식 조직문화’ 때문이 대기업들이 인수를 꺼린다는 얘기도 돈다. 30년간 뿌리박힌 호남식 조직문화가 강해 재벌 그룹이 품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아시아나 회사가 호남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금호그룹에 있었다고 호남문화가 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여기에는 사모펀드(PEF)의 이해관계도 얽혀있다. 업계에서는 재벌 그룹들이 아시아나 인수를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사모펀드가 사들여 재무구조나 문화를 탈바꿈한 뒤 매물로 나오면 사길 원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아시아나에 관심 갖는 사모펀드는 많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정부가 주관사에서 인수의향서를 받을 때 사모펀드의 인수를 허용하지 않는 식의 내용을 못 박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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