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그동안 핵 합의로 제한해 온 핵 개발을 일부 재개한다. 지난해 5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합의(JCPOA)를 탈퇴하겠다고 일방적인 선언을 한 지 1년 만이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란 현지 언론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것과 같은 날짜인 8일에 핵 개발을 일부 재개할 뜻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5월 8일 이란과 서방국들이 맺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발동해 왔다.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고 이달 3일에는 이란산 원유 수출 전면 금지라는 강수를 뒀다.
이란은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짜인 핵합의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입장 발표와 함께 미국을 뺀 나머지 서명국에 서한을 보내 “이란은 최대한 인내했으나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에 상응해 핵합의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는 수준을 점차 줄이겠다”며 “은행 거래와 원유 수출을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기 이전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핵합의의 기본 골격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감축·동결하는 조건으로 미국, 유럽연합(EU), 유엔의 제재를 해제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짜였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핵합의 서명국(영국,프랑스,독일)과 EU의 태도도 이란의 핵 개발 일부 재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후에도 합의를 유지하겠다고 이란에 약속했지만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 서명국과 EU는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란과 유럽 기업이 교역할 수 있는 금융전담회사를 올해 1월 설립했지만 넉달 간 공전 상태다.
게다가 유럽 측은 핵합의와 관련 없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돈세탁, 테러자금 지원 등을 문제 삼아 이란의 반발을 샀다.
이란은 “유럽은 말로만 핵합의를 유지한다고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라며 유럽에 불만을 드러내 왔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따라 외국 기업의 철수가 진행되면서 경제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이란의 핵 개발 일부 재개로 핵합의에 균열이 생기면 2015년 7월 역사적인 핵협상 타결로 진정됐던 이란 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경고했다.
미국은 5일, 이란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파견하겠다고 압박에 나서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 독일 방문을 전격 취소하고 예고없이 이라크를 방문했다. 미국은 이라크 등에 주둔하는 미군이 이란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 이란을 견제할 목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