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위탁 생산업체인 훙하이정밀공업이 궈타이밍 회장의 후임으로 류양웨이 반도체 부문 사장을 지명했다고 CNBC 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차기 회장에 반도체 부문 수장을 낙점함으로써 폭스콘이 향후 반도체 부문에 더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궈 회장이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후 후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궈 회장은 전날 기자 회견에서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회 멤버가 정해지면 회장직에서 내려올 것”이라며, “설사 야당인 국민당의 대만 총통 선거 경선에서 떨어지더라도 경영에는 다시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훙하이는 오는 6월 21일 신구 이사를 교체한 후 새 이사 중에서 그룹의 후계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궈 회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류양웨이는 궈 회장의 특별 비서를 지내면서 궈 회장으로부터 “그룹 내에서 반도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대만 교통대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공부한 류양웨이 사장은 훙하이의 그룹 계열사인 샤프 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궈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을 당시, 회사가 1974년 출범 이후 가장 큰 시련을 맞았다고 우려했다. 훙하이의 2018년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6.9% 감소하며 3년 연속 순이익이 감소했다. 작년 4분기 순이익은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아 1년 연속 계속된 주가 부진에서 벗어났지만, 투자자들은 일시적인 회복에 지나지 않는다고 봤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지나친 애플 의존도가 있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훙하이는 성장의 대부분을 애플 제품 조립에 의존해왔다. 매출은 2006년 9070억 대만달러(약 34조 원)에서 2018년은 5조3000억 대만달러로 확대했는데, 이 가운데 55%가 애플에서 나왔다.
하지만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한계에 직면, 특히 중국에서 아이폰 부진이 심각해지자 훙하이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훙하이는 2016년 일본 전자업체 샤프를 인수하고, 지난해 말에는 1조 엔(약 10조 원)을 들여 중국 광둥성에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체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2020년까지 반도체 자급율을 40%, 2025년에는 70%로 끌어올린다는 중국 정부의 ‘중국 제도 2025’ 정책과 맞물려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궈 회장의 후계자는 위탁생산 업체라는 꼬리표를 떼고 훙하이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