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한국에는 없는 한국차

입력 2019-05-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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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현지전략형 i30 패스트백 눈길…中시장에는 맞춤형 스포츠 세단 ‘라페스타’

1990년대 말, 국내 중형차 4파전이 본격화됐다.

현대차 쏘나타 시리즈(쏘나타3)의 아성에 기아차가 콩코드 후속 ‘크레도스’로 반격했다.

삼성자동차는 걸출한 상품성을 갖춘, 닛산 맥시마를 베이스로 한 ‘SM5’로 출사표를 던졌다.

GM의 굴레를 벗어나려던 대우차는 중형차 ‘레간자’로 맞섰다. 디자인은 현대차 포니와 쌍용차 렉스턴을 그려냈던, 이탈리아 카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맡았다.

주지아로는 디자인에 앞서 ‘한국의 미(美)’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뒤졌다.

그리고 한국 전통가옥의 ‘처마’를 눈여겨봤다. 주지아로의 눈에는 지붕 끝에서 살짝 치켜 올라간 ‘처마 끝’이 꽤 매력적이었다. 그는 이 라인을 고스란히 자동차로 옮겨왔다.

레간자의 벨트라인(옆유리와 도어의 경계선)은 뒤로 갈수록 슬며시 솟아오르는 형상을 지녔다.

이게 처마 끝에서 착안한 모습이다.

◇단일차종 수출형에서 현지 고유 디자인으로 = 내수 모델과 수출형은 지금도 차이가 난다. 다만 이를 두고서 “수출형이 좋고 내수형은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수출지역의 도로 특성과 배기가스 기준, 소비자 성향 등을 감안해 현지 특화되는 게 차이다.

1년 내내 눈이 오는 곳은 방청 작업에 더 신경을 쓰고, 히터가 필요 없는 열대성 기후에 파는 차는 냉방과 단열에 더 치중한다.

수출 전략지역의 소비자 성향과 운행 환경에 맞춰 자동차를 바꾸는 방식이다.

예컨대 넉넉한 배기량을 미덕으로 여기는 미국은 큰 엔진을 얹고 말랑말랑한 승차감을 지닌 차를 선호한다.

거꾸로 유럽에서는 기름값이 덜 들고 작은 차가 인기다. 나아가 맹렬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고성능 추종성이 강한 만큼 서스펜션도 탄탄하게 세팅한다.

중국시장에서는 다른 차보다 크고 우람한 게 관건이다.

국내에서 팔렸던 구형 모델이 모조리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사이즈를 키워 중국에 출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더 이상 우리 입맛에만 맞는 김치찌개를 미국에 팔면서 “왜 안 먹어? 맛만 있고만…”이라고 우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현대차 대표 해치백 i(아이)시리즈 = 현대차는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국과 유럽을 겨냥해 해치백 브랜드 i(아이)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기아차 모닝을 베이스로 한 i10은 인도 시장에서 큰 인기다.

i20은 유럽 소형 해치백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단종된 액센트 위트(5도어 해치백)가 밑그림이다.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게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을 주름잡는 현대차 월드랠리카가 이 i20를 베이스로 개발한다.

유러피언 해치백 i30(아이 서티)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다만 국내에는 5도어 해치백 한 종류이지만 유럽에서는 i30 패스트백도 팔린다. 해치백의 실용성과 세단의 안전성을 접목한 모델이다.

뚜렷한 3박스 형태의 세단보다 차 길이가 짧지만 해치백보다 트렁크 공간이 넉넉하다는 게 특징이다.

◇북경현대 스포츠세단 라페스타 = 위에둥과 셩다 등 이름도 생경한 현대차들이 중국에는 즐비하다.

대부분 내수 판매 모델의 중국 현지 전략형들이다.

큰 틀에서 하나의 차이지만, 앞뒤 모습을 바꿔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차들이다. 반면 북경현대 라페스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혀 다른 디자인을 갖춰 눈길을 끈다.

8세대 쏘나타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른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라는 디자인 철학을 앞세워 첫선을 보였다.

먼저 마음껏 사이즈를 키운 프론트 그릴은 실제보다 차를 훨씬 커 보이게 만든다. 이어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 역시 쏘나타 이전부터 등장하면서 파격을 내세웠다.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도 아반떼의 고성능 버전인 ‘아반떼 스포츠’의 것을 가져다 쓴다.

실제 만나보면 사진보다 꽤 작은 사이즈에 놀라게 된다. 사진으로 보는 차의 크기가 훨씬 우람해 보인다는 뜻이다.

◇폭스바겐 골프 GTI에 맞서는 기아차 씨드 = 기아차는 유럽 고성능 해치백 시장을 겨냥해 준중형모델 씨드(Ceed)를 판매 중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씨드’에 대한 열망이 커지면서 일부 소비자가 유럽산을 역수입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만큼 날카로운 디자인에 탄탄한 서스펜션, 여기에 차고 넘치는 성능을 지닌 차다.

결국 기아차는 최근 선보인 K3부터 씨드의 성향을 담은 5도어 GT 버전을 내놓았다.

국내에선 폭스바겐 골프 GTI와 극명하게 시장이 엇갈리지만 유럽 현지에선 골프 GTI에 모자람이 없는, 꽤 잘 만든 한국차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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