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치 제고'를 꿈꾸며 GS건설이 잇따라 내놓은 '고품격 아파트'가 높은 분양가로 인해 대량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결국 '파격 분양'을 거듭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GS건설의 '고품격 아파트'는 지난 2005년 여름 분양한 호텔형 오피스텔 '부띠끄 모나코'가 첫 주인공이다. 서초구 서초동 삼성타운 예정지 맞은 편에 들어선 이 오피스텔은 그간 복층형을 기반으로 하던 주거용오피스텔의 개념을 크게 바꾼 상품으로, 건물 외관에서 세대 내부 유니트에 이르기까지 유럽풍 고급 인테리어를 갖춰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델하우스를 열었지만 일반인 관람객은 받지도 않고 사전예약제로만 운영했던 이 오피스텔은 평균 3.3㎡당 2700만원, 최고 2900만원 이라는 분양가를 책정해 당시까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간단히 깬 바 있다. 이 같은 초고분양가에도 단 5일 만에 100% 계약을 마치는 등 GS건설의 고품격 아파트 시장 선점은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GS건설의 '제2호 고품격 아파트' GS서초아트자이는 힘없이 무너졌다. 지난 2007년1월 분양한 서초아트자이는 평균 3.3㎡당 3200만원, 최고 3400만원 선의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기존까지 국내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갱신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청약 접수결과 절반에도 못미치는 청약률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부띠크 모나코'를 성공적으로 마감한 바 있는 회사측의 전망은 밝았다.
당시 서초자이관계자는 "고가 아파트인 서초 아트자이 수요는 청약통장으로 주택을 구매하지 않는 VIP 계층으로, 대다수가 구매의사를 밝히고 있어 계약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서초아트자이는 그해 11월 잔여분에 한해 1ㆍ2회차 중도금(총 분양가의 20%)을 입주시 잔금으로 전환하고 3ㆍ4회차 중도금은 무이자로 대출해 주기로 하는 '파격 분양'조건을 내건데 이어 올해 3월에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비율을 각각 10%, 30%, 60%로 재조정했다.
고급 수요층을 대상으로 '타겟 마케팅'을 실시한다고 주장하던 서초아트자이는 계약금과 중도금 비율을 낮추는 대신 잔금 비율을 최대한 높이고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 융자를 실시, 불과 1년이 지난 사이 전형적인 '투자자'를 노리는 분양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올 3월 분양한 동작구 사당동 이수자이의 신세도 마찬가지다. GS 이수자이는140세대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122~209㎡ 89세대를 공급하며, 3.3㎡당 2400만~2500만원에 이르는 동작구 사상 최고 분양가를 '론칭'했다.
입주후 곧바로 전매를 할 수 있다며 홍보한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그러나 청약접수 결과 단 7명만 접수, 10%에도 못미치는 청약실적으로 기록한 후 올 6월 들어선 아트자이와 마찬가지로 '파격 분양'에 들어간 상태다.
이수자이의 파격 분양 조건은 아트자이를 뛰어넘는다. 회사 측은 계약자에 대해 분양금의 10%를 계약금으로 받는 대신 나머지 90%는 입주 때(2010년 12월 예정)까지 유예해 주기로 했다.
또 발코니 확장은 물론 침실 내 붙박이장과 월풀 욕조, 천장 매립형 에어컨, 50인치 벽걸이형 TV, 냉장고, 식기 세척기 등을 기본 분양가에 모두 포함해 제공하기로 해 사실상 3000만~4000만원에 이르는 분양가 할인 혜택을 준 셈이 됐다.
최근 청약접수를 마친 '서교 자이'도 '배짱분양가-대량미분양-파격분양'의 순환을 재현할 조짐이다. 7월 청약접수에서 전체 538세대 중 211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은 것. GS건설 측은 앞서 두 차례의 실패를 감안한 듯 서교자이는 그나마 주변 시세를 크게 웃돌지는 않았다.
하지만 3.3㎡ 당 280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 마찬가지로 마포구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갱신해 분양 초기부터 배짱 분양가 논란이 적지 않았다.
결국 공급물량의 40%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은 서교자이는 향후 몇 달 후 GS건설의 '공식'인 '파격분양'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건설사들의 '배짱 분양'을 마케팅의 한 기법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부띠크 모나코 이전에도 대형 평형 위주로 단지를 구성하고 초고분양가를 책정한 이른바 '고품격 아파트'는 계속 있어왔다"며 "하지만 분양에서 성공을 거둔 단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미분양이 뻔한데도 고가 분양가를 책정한 것은 결국 브랜드가치를 제고해보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다른 시장 전문가도 "배짱 분양가는 책정 시부터 '파격분양'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손실이 없도록 책정한다"며 "결국 파격분양 혜택을 얻기 힘든 초기 계약자만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계약시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