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이 된 사안은 지난 16일 손학규 대표가 제안한 당내 혁신위원회 구상이다. 당시 손 대표는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외부 전문가와 일반 국민이 주가 되는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위원회에는 당헌·당규가 허락하는 최대한의 전권을 부여해 당내 혁신을 일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바른정당계는 혁신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 대표가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혁신위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원내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원장을 앞세워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창당세력인 ‘안철수계’가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동섭, 김삼화, 김수민, 이태규, 김중로 등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 6명은 2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내 최다선(5선)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 설치를 제안했다.
안철수계는 ‘정병국 혁신위’가 내달 말까지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논의한 뒤 최종 결정안을 내놓으면 당 지도부는 조건 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계에 비해서는 강경하지 않지만, 혁신위 활동이 손 대표의 퇴진 문제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지도부에 마냥 우호적이지도 않은 방안이다.
손 대표는 안철수계의 제안이 지도부의 단계적 퇴진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은 없다”며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하는데 당 대표의 퇴진 문제가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 오신환 원내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계 역시 안철수계의 ‘정병국 혁신위’ 제안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한 바른정당 출신 인사는 “손 대표가 자리를 유지한 상태로는 어떤 혁신위가 들어서더라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손 대표의 사퇴가 혁신위 설치 문제보다 먼저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