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합의가 되는 듯하더니 갑자기 “중국이 합의를 뒤엎었다.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미·중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하였다. 중국의 류허 부총리가 5월 9일 고위급 협상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바꾸면서 다시 협상 타결의 기대를 모으던 중 5월 10일 예정대로 관세 인상을 강행하면서 또다시 협상에 암운이 깃드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곧바로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선언함으로써 맞대응하였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것은 관세 실행 시기를 미국은 5월 10일 출발분부터, 그리고 중국도 시행을 유예하여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며칠 전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68개사에 대한 상무부의 거래허가 조치를 내리자 구글, 인텔, 퀄컴 등 미국 대표 IT기업들이 공급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전되며 미중 간 협상은 다시 경직화 국면으로 들어선 상황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왜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이렇게 장기화되면서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가?, 미중 간의 분쟁은 과연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 또한 이 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우리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안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미중 간 분쟁의 본질은 세계 1, 2위 국가 간의 패권경쟁,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 패권경쟁으로 생각된다. 표면적으로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통하여 미국의 달러를 빼앗아간다”, “중서부 제조업 일자리 탈취의 주범이 중국이다” 등의 주장을 하지만 달러를 국제결제통화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으로서 무역 적자는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글로벌 불균형을 통하여 미국은 값싸게 많은 소비를 향유해왔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제조업정책국장의 주장처럼 중국을 ‘미국을 죽이는 나라(Death by China)’, 다시 말하자면 ‘미국의 패권을 빼앗아가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등 동맹국에 대한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자제 권고라든가, 이번에 내린 미국 주요 IT기업들의 부품 공급 중단 조치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 발표가 나온 다음 날 시진핑 주석은 류허 부총리를 대동하고 강서성에 있는 희토류 분리공장을 방문함으로써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보여주었다. 희토류(rare earth metal)는 화학기호 57~71번까지의 15개와 스칸듐, 이트륨을 합한 17개 원소들을 말하는데 열전도율이 뛰어나고 전기, 자성 및 발광 기능까지 갖춘 금속들로 전기차 배터리, 액정표시장치(LCD), 스마트폰, 렌즈, 반도체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이다. 중국이 현재 전 세계 수요의 85% 정도를 공급하고 있지만 매장량으로는 미국도 중국 못지않다고 한다. 문제는 채굴과 분리과정에서 엄청난 환경 파괴를 일으켜 현재 중국과 호주만 적극적으로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카드는 분쟁의 확전 가능성과 예측 불투명성을 더욱 크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연간 대중국 수출은 약 1500억 달러로 이는 전체 수출의 25% 정도이다. 그중 부품과 소재의 비중이 80% 정도인데, 2017년 기준 화웨이에 51억 달러(약 6조1000억 원) 규모를 수출하였다. 따라서 미중 간의 무역분쟁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제재가 시행되면 우리 제품의 대중국 수출은 그만큼 타격을 입게 되는 구조이다. 이보다 더한 것은 이들 간의 무역전쟁으로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게 되면 수출의존 경제인 우리로서는 2중의 충격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미중 간의 분쟁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되지 않도록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