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제64회 현충일이다. 1945년, 광복한 조국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38선이 생기면서 남한에는 국군, 북한에는 인민군이 창설되었다. 이때부터 남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이 시작되었는데 인민군의 도발과 남한에서 자생한 인민군 유격대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전사하는 장병들이 생기자, 이 전사자들을 서울의 장충사에 안치하면서부터 현충일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6·25전쟁에서 수많은 전사자가 발생함으로써 국군묘지의 조성이 절실하게 필요해지자 1953년 9월, 동작동 일대를 국립묘지 부지로 확정함으로써 오늘날의 국립현충원이 자리하게 되었다. 이어, 1956년 4월 19일에는 6월 6일을 현충일로 제정하였다.
현충일의 현충은 ‘顯忠’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나타낼 현, 드러낼 현’, ‘충성 충’이라고 훈독한다. 그러므로 현충일은 ‘충성을 드러내는 날’이다. 민족과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충성심을 온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그분들을 추모하고 남긴 행적을 보전하며 그분들이 실천한 가치를 계승할 것을 다짐하는 날인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현충일을 그런 다짐으로 보내기보다는 그저 하루를 ‘쉬는’ 날로 인식하여 들로 산으로 놀러가거나 외국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가치는 챙겨 계승하지 않으면 퇴색해 버리고 만다. ‘충(忠)’이라는 가치를 소홀히 한 채 국가나 민족을 도외시하고 개인의 이익만 챙기려 들면 우선 당장은 개인이 이익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이익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는데 개인이 안전할 리 없고, 민족이 흩어지는 상황에서 개인이 행복할 리 없기 때문이다. 목숨을 바쳐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을 지켜준 선열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끼며 복된 삶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현충일, 하루 ‘쉬는’ 날로만 인식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