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다.” 양성민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학생회장은 취업 환경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우리가 신입생일 땐 많은 선배들이 인턴이나 취직을 하며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또한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요즘은 정부의 정책 변화로 취업 시장도 많이 좁아지고 인턴 할 기회도 많이 줄어들었다”며 “다들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취업에 대한 불안감과 전과 고민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산업의 취업 문이 좁아지고 있다. 일자리 감소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12일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수원은 2030년까지 사내 고용 규모가 9653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한수원 임직원 수(1만2139명)에 비해 20% 넘게 줄어드는 것이다.
한수원은 고용 축소 요인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꼽았다. 정부는 이미 폐로 준비에 들어간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를 포함해 2030년까지 원전 12기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새로 가동되는 원전은 2024년까지 5기가 전부다. 일감이 줄어드니 한수원으로선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한수원은 최근에도 원전 이용률 하락으로 경영 실적이 나빠지면서 해마다 채용 인원을 줄이고 있다. 한수원은 2조4721억 원 순익을 올렸던 2016년에는 821명을 뽑았지만 1019억 원 적자로 전환한 지난해엔 427명을 채용했다.
원전 일자리 감소는 한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전 산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맡긴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지난해 3만8800개던 원전 관련 일자리 수가 2030년 2만6700개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유일의 원전 운영사로 관련 일자리의 3분의 1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한수원의 고용 사정이 나빠지면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전 일자리 감소가 계속되면 원자력을 전공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심화할 수 있다”며 “이런 경향이 계속되면 기술 공백이 생기고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