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사투리 말하기 대회’에 참가해볼랑가

입력 2019-06-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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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교열팀장

“전하! 자들이 움메나(얼마나) 빡신지(억센지), 영깽이(여우) 같애가지고 하마(벌써)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가지고요, 쇠꼽 덩거리(쇳덩어리)를 막 자들고 발쿠고(두드리고 펴고) 이래가지고 뭔 조총이란 걸 맹글었는데, 한쪽 구녕(구멍) 큰 데다가는 화약 덩거리하고 재재한 쇠꼽 덩거리를 우겨넣고는, 이쪽 반대편에는 쪼그마한 구녕을 뚤버서(뚫어서) 거기다 눈까리(눈알)를 들이대고, 저 앞에 있는 사람을 존주어서(겨누어서) 들이 쏘면은, 거기에 한번 걷어들리면(걸리면) 대뜨번에(대번에) 쎄싸리가 빠지잖소(죽지 않겠어요). 그 총알이란 게 날아가지고 대가빠리(머리)에 맞으면 뇌진탕으로 즉사고요, 눈까리에 들어걸리면 눈까리가 다 박살 나고, 배떼기(배)에 맞으면 창지(창자)가 마카(모두) 게나와개지고(쏟아져 나와서) 대뜨번에 쎄싸리가 빠져요(죽어요). 그리고 자들이 떼가리(무리)로 대뜨번에 덤비기 때문에 1만, 2만, 5만 명 갖다가는 택도 안 돼요(어림도 없어요). 10만이래야(10만 명은 되어야) 해요.”

강원도 강릉 사람인 율곡 이이 선생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는 모습이다. 선조 임금이 율곡의 사투리를 못 알아들어 ‘10만 양병설’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임진왜란이 터지고 말았다는 다소 오래된 우스개다. 400여 년 전의 비극적인 역사이지만 사투리의 질박함과 익살스러움에 한바탕 웃게 된다.

사투리가 뜨고 있다. ‘촌스러운’ 말이 아닌 지역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를 담은 ‘귀하고 아름다운’ 말로 대접받고 있다. 전국에서 열리는 ‘사투리(고향 말) 말하기 대회’의 높은 관심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달 전북 고창읍성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전라도 사투리 대회’에선 70대 할머니의 시집살이 이야기가 단연 인기였다. “워메워메 시상에 어짜쓰까…”라는 말이 관중석에서 연신 터져나왔다. 개댁이(고양이), 겅개(반찬), 쇠때(열쇠), 장깡(장독대) 등 젊은 세대들이 못 알아듣는 말이 나오면 어르신들은 묻기도 전에 뜻을 알려주며 즐거워했다. 사투리로 세대가 화합하는 뜻깊은 축제였다.

대회·행사 등과 관련해 말할 때 ‘참석, 참가, 참여’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글깨나 쓴다는 작가, 기자들도 종종 잘못된 단어를 선택하곤 한다. 행사의 규모와, 자신이 어느 정도로 행사에 관계하느냐에 따라 구분해 쓰면 된다.

먼저 ‘참석(參席)’은 ‘자리 석(席)’ 자가 있으니, 앉아서 하는 모임이나 행사 등을 떠올리면 된다. 앉아서 하는 만큼 비교적 작은 규모의 모임이나 단순히 출석만 하는 회의 등에 잘 어울린다.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매달 첫째 주 월요일에 회사 전체 회의에 참석한다”처럼 활용할 수 있다. 참가와 참여는 ‘출석’ 이상으로 어떤 일에 깊이 관여하거나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참가’는 ‘참석’보다 규모가 크고 움직임이 활발한 행사에 알맞다. 올림픽, 월드컵, 세계수영대회, 디자인 공모전 등 ‘겨루기’ 성격의 행사나 모임에 쓰면 된다. 참여는 참가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일에 관계할 때 쓸 수 있지만 ‘학생운동 참여’ ‘현실 참여’ ‘정치 참여’처럼 추상적인 단어들과 잘 어울린다.

사람마다 생김새와 성격이 다르듯 고장의 얼이 담긴 말 또한 지역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서울말만 쓴다고 상상해 보시라. 같지 않아서 오히려 더욱 아름다운 사투리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줄임말, 신조어 사용이 많아 세대 간의 소통이 힘든 요즘, 우리 고유한 언어 ‘사투리 말하기 대회’가 반갑기 그지없다. jsj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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