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심 경제협력 파트너로 급부상한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지역에 대한 우리 수출이 내리막길이다. 대(對)아세안 수출 부진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아세안과의 교역 둔화가 주원인이지만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에 따른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확대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계 기준 대아세안 수출액은 400억41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했다. 3.9%인 1월을 제외하고 2월(-3.1%), 3월(-7.5%), 4월(-1.2%), 5월(-4.0%) 모두 마이너스였다.
아세안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 수출액(195억4700만 달러)은 같은 기간 0.1% 감소했다.수출의 17%(지역 기준 2위)에 달하는 아세안 수출 부진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가 원인이다. 수출 부진으로 아세안 경기가 위축되다 보니 이 지역에 대한 우리 수출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삼성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석유제품 등 현지 투자가 활발한 것도 수출 부진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등 아세안에 설립한 생산 공장이 하나 둘씩 가동되고, 이로 인해 현지에서 제품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아세안으로의 중간재, 최종재 등의 수출이 감소 추세”라고 말했다.
2017년 46.3%에 달했던 우리나라의 대베트남 수출 증가율이 작년에 1.8%로 쪼그라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현상은 정부의 신남방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정부는 2017년 말 중국, 미국 중심의 한국경제 지형을 아세안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신남방정책을 내세우며 우리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말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대아세안 투자는 신규 법인 1291개, 투자액 61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14.1%, 16.7% 증가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값싼 원료비와 인건비에 신남방정책이 맞물리면서 우리 기업의 아세안 진출이 늘고 있다”면서 “이는 아세안과 경제협력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이롭지만 우리 수출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설비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보완책을 병행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