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에 관한 우리의 시각이다. 28일부터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14차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다른 회원국에서도 G20에 관한 기사나 관심은 저조하다. 변화된 국제경제 현실과 주요 회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도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유럽과 다른 개도국으로 급속하게 확산됐다. G20은 이 와중에 발족됐다. 기존 G7에 신흥 경제국 브릭스(BRICS), 그리고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멕시코 등이 추가됐다. 변화된 세계 경제력을 반영해 G20에 중국과 인도가 참여했고 이 기구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호무역 정책을 실시해 공황은 더 극심해졌고 이는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다. G20은 이런 역사적 실패에서 배워 보호무역을 자제하고 경기부양을 내세워 국제 경제의 회복에 기여했다.
우리는 2010년 G20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협력을 신규 의제로 설정해 관철시켰다. 1997년 11월 말 경제위기를 겪은 우리는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튼튼한 나라가 단기적 자금 경색을 겪을 때 국제통화기금(IMF)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예방적 대출제도를 신설했다. 또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아주 드문 경험을 살려 국제개발협력을 보강하는 의제를 신설했고 이는 후임 의장국에도 그대로 계승됐다.
하지만 경기회복세는 G20의 필요성을 줄인다. 미국 경제가 2010년부터 성장세를 기록 중이고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일부 회원국의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유럽연합(EU)도 경기침체를 벗어났다.
이런 배경에서 2017년 1월 보호무역을 정책으로 내세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다. 이후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미국 대표단은 계속해 보호무역 자제와 자유무역 체제를 지지한다는 문구를 반대해 다른 회원국들의 빈축을 사왔다. G20으로 대표되는 ‘소다자주의’(plurilateral)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리더십을 적극 발휘해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왔다. 경기회복세의 와중에 패권국가 미국의 G20 경시는 사실상 이 기구를 크게 약화시켰다. 반면에 우리는 나름대로 다자주의 복원에 노력해왔다.
우리는 2013년 G20에서 G7이나 브릭스도 아닌 회원국이 중심이 된 중견국 협력체 ‘믹타’(MIKTA)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와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가 회원국인 이 협력체는 국제경제 공조,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 해결에 적극 협력해왔다. G20은 물론이고 유엔, 그리고 다른 지역협력기구에서 관련 이슈를 계속하여 제기하고 교착상태를 타개하려 했다.
우리의 1·2위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계속됨에 따라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자유무역 체제를 앞장서 훼손하고 이를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설령 G2가 무역분쟁을 타결한다 해도 언제든지 이 분쟁은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환경에서 다자주의 대변자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 EU다. 올 초 EU와 일본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했고 EU는 1년 전부터 호주 및 뉴질랜드와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EU는 미국과 무역분쟁을 협상해오며 미국에 WTO 체제의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없다. EU는 G20의 회원국이다. 경제와 통상정책의 상당수 권한을 EU 회원국이 아닌 국제기구 EU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권국가가 아닌 EU가 G20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로 국제경제 환경에 취약한 우리는 다자주의 및 자유무역 체제 복원을 위해 EU와 협력해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 EU 개별 회원국은 물론이고 국제기구로서 EU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함께 ‘서구’를 구성하는 EU는 다자주의 체제를 파괴 중인 미국과 다르게 다자주의 체제 복원을 일관되게 요구하며 노력해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의 역사적 경험을 배워 힘겹게 구축한 자유무역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는 게 우리의 국익이다. G2의 무역전쟁에서 우리는 방관자이지만 G20 그리고 자유무역 체제 복원에서는 중견국으로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수행해야 한다. 외교의 지평을 넓혀 양자에서 벗어나 다자에 더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