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19년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수출액은 2715억500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2975억2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8.5% 줄어든 액수다. 6월 월간 수출액도 지난해 510억8000만 달러에서 올해 441억8000만 달러로 13.5% 감소했다. 한국의 월간 수출 성적(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12월 이후 일곱 달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산업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품목의 수출 단가 하락, 미·중 무역 분쟁 등을 올해 수출 부진 요인으로 꼽았다. 올 상반기 13대 주력 품목 가운데 10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다.
지난해 수출 호황을 이끌던 반도체 수출액(474억7100만 달러)은 1년 전(612억6600만 달러)보다 22.5%나 감소했다.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등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 수출 단가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8기가 D램 반도체 가격은 3.4달러로 1년 새 60.2% 낮아졌다.
석유화학 수출액은 249억5900만 달러에서 217억1800만 달러로 13.0% 줄었다. 유가 하락으로 수출 단가가 계속 떨어지는 데다 설비 가동률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 수출(201억2100만 달러) 역시 유가 하락 여파와 미국, 중국, 대만 등과의 경쟁으로 8.5% 감소했다.
다행히 자동차 수출액도 SUV, 친환경차 인기 덕에 지난해 202억7900만 달러에서 올해 216억9300만 달러로 7.0% 증가했다. 7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표다. 선박 수출 역시 수주 가뭄 해갈과 LNG선ㆍ시추선 인도 등 호재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보다 수출액이 2.2%(108억1400만 달러→110억4800만 달러) 늘어났다.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하면서 전 세계 교역이 위축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길어지면 미국, 중국 등에 반도체, 석유제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도 덩달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791억8500만 달러에서 올해 657억9900만 달러로 16.9%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엔 대중(對中)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4.1% 급감했다. 월간 기준 2009년 5월 이후 10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수출 실적이 크게 늘었던 아세안 지역 수출 역시 489억1600만 달러에서 472억5000만 달러로 3.4% 감소했다. 다만 대미 수출(369억3100만 달러)은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의 선전에 힘입어 7.2% 증가했다.
앞으로의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다. 당초 산업부 등은 반도체 등 주력 품목 수출 단가 회복을 통해 하반기 수출 실적이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여파로 단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서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달 6일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 감소 등으로 올 3분기와 4분기에도 D램 가격이 각각 15%,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하반기에도 수출 감소세가 지속하며 올해 총 수출액이 5692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5.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상반기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어든 2519억9900만 달러, 무역수지는 195억4900만 달러 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