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주요 외신들은 2일(현지시간) 일본의 반도체 원자재 수출규제 조치는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WSJ는 핵심 소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일본 정부의 단속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이 차질을 빚는다면 이들 부품이 들어간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도 2일자 사설을 통해 “징용공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통상 정책을 꺼내면 일본 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고, 장기적으로도 불이익이 많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소재기업들이 한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으로 한국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일본 기업들 역시 타격을 받아서 아베 신조 정부의 조치는 자국을 스스로 공격하는 꼴이라고 꼬집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2일자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국가와 국가의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파는 한일 양국에 그치지 않는다. 한 일본 전자 대기업 임원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메모리 등의 공급이 막혀 아이폰 생산이 줄어들면 애플에 대한 부품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악순환을 우려했다. 애플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업체로, 미국 증시 투자심리를 좌우한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더디플로맷은 미·중 무역 갈등에 이은 한국과 일본의 추가 분쟁은 글로벌 공급망과 IT 기업들에 전반적인 불확실성을 더해 세계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1일 미중 무역 전쟁 휴전에 강세를 보이고 반도체 관련주가 급등했지만 한일 갈등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수출규제 영향을 받는 기업들 주가가 전날 모두 2% 이상 급락했다고 WSJ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두 동맹국 간 싸움이어서 입장을 밝히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그동안 미국은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해선 대립 관계였지만,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을 때면 방관자적인 입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듯 1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일 정상을 번갈아가며 치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주 성공적이었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에 미국 대표단과 나를 맞아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했고, 아베 총리에 대해서는 “환상적이고 잘 운영된 G20을 주최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축하를 전한다“면서 ”빠진 것도, 실수도 없었다. 완벽했다. 일본인들은 총리가 매우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