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이 가격 급락을 일으켜 업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최근 생산 차질과 설비투자 축소 등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다만 국가간 이해 충돌 등 불확실성이 가중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하다.
1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일본 도시바 등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생산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 공급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도시바의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에서 발생한 정전에 따른 생산라인 가동 중단 사태다.
정전은 10여분에 불과했지만 반도체 생산라인의 특성상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일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의 경우 길게는 수개월간 정상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또 다른 '일본발 변수'는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촉발된 일본의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다.
아직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물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 업체의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50%를 훌쩍 넘는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 업계 '톱3'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감산 체제에 돌입했다는 추측이 잇따른다.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기존 물량에서 10% 안팎 줄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말 '생산라인 최적화' 계획을 내놨으며, SK하이닉스도 "올해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10% 줄일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감산은 이런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글로벌 IT전문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올해 전세계 D램 생산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약 170억 달러로, 지난해(237억 달러)보다 28%나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체들이 최근 과잉공급에 대응해 단기적으로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추고, 중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를 줄이는 양상"이라면서 "반대로 수요 측면에서는 증가 요인이 이어지고 있어 일시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강 국면'에 접어든 미중 통상전쟁이 언제 다시 격화할지 알 수 없는 데다 한일 갈등도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른바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오히려 불안감이 더 큰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황 사이클만 보면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워낙 불확실성이 커서 기업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면서 "문제는 이런 변수가 산업 차원이 아닌 글로벌 역학 관계에 따른 것이어서 기업으로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