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한은 통합별관 공사 입찰과 관련해 낙찰예정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낸 삼성물산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11일 계룡건설이 법원으로부터 낙찰예정자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예정된 결과다.
법원은 계룡건설의 낙찰예정자 지위를 인정하면서 조달청이 예고한 재입찰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꽉 막힌 통합별관 문제의 활로를 찾아주는 듯했으나 문제가 생겼다. 삼성물산이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7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 낙찰예정자 지위 확인 본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과 삼성은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면서 동시에 새 건물 입주 예정자와 시공 예정자인 묘한 관계다. 여기에 소송까지 얽히면서 웃는 얼굴로 시작된 인연이 긴 악연으로 바뀔 처지가 됐다.
한은은 태평로에 있는 옛 삼성본관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공동소유였던 삼성본관 건물은 1998년 삼성전자가 매입했으며, 2009년부터는 삼성생명이 소유하고 있다.
한은의 임차료는 한 달 약 13억 원. 2017년 6월 입주 후 현재까지 낸 월세만 약 32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소송으로 방을 뺄 수 없게 된 한은은 내년 6월에 만료되는 임차 계약을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5일에는 시민단체가 불공정입찰을 지적하며 공사 입찰을 맡은 조달청을 검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책사업감시단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조달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고발죄명은 업무상배임과 입찰방해죄, 직무유기 등이다.
한은 통합별관 공사를 둘러싼 잡음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달청은 2017년 12월 한은 통합별관 낙찰예정자로 계룡건설을 선정했다. 계룡건설은 입찰예정가 2829억 원보다 3억 원 높은 금액을 써냈다. 차순위로 선정된 삼성물산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예정가격 초과 입찰은 국가계약법령 위반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신축공사 △올림픽스포츠 콤플렉스 조성공사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조달청은 3건에 대해서 입찰을 취소한 후 새로운 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계룡건설의 낙찰예정자 지위가 인정되면서 조달청은 한은 통합별관 공사와 관련해 새로 입찰공고를 낼 수가 없다. 계룡건설이 첫 삽을 뜨더라도 삼성물산의 본안 소송에 따라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민사합의 사건은 사안에 따라 2년 이상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