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평화산업의 적자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200억 원에 가까운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원활하게 진행될지 이목이 쏠린다. 이번 유상증자는 실적 부진과 그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선제적 조치인 만큼 회사 입장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평화산업이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가액은 1045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유증 규모는 최초 계획했던 225억 원 규모에서 195억 원으로 13%가량 줄었다. 이번 증자는 우리사주조합에 20%가 우선 배정되며 나머지는 구주주를 대상으로 1주당 0.4018342336주의 신주가 발행된다. 신주 발행규모는 1870만 주로 현재 발행 주식 수의 50%에 달한다. 증자 납입일은 오는 8월 2일이다.
증자 대금 중 41.9%에 해당하는 82억여 원은 에어서스펜션 어세이 라인과 금형제작 등 시설자금에 우선 쓰이고 나머지 113억여 원은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회사는 사용자금의 우선순위를 시설자금에 두고 있지만 증자의 실질적인 목적은 차입금 상환이다.
평화산업은 현대차그룹 매출이 전체의 48%에 달해 전방 매출처인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판매 실적에 손익이 연동되는 구조다. 실제 현대기아차가 부진했던 2017년과 2018년 영업손실이 지속됐다. 아울러 직전 연도에도 이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일 정도로 수익성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특히 지난해 방진사업부문 영업손실 누적과 판매 부진이 예상돼 손상검사를 하고 203억 원을 손상차손 인식하면서 441억 원의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해 평화산업의 재무 안정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2015~2017년만 해도 평화산업의 부채비율은 160~180%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는 705.7%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거액의 순손실에 자본총계가 전년도 682억 원에서 작년에 221억 원으로 급감한 탓이다. 아울러 최근 2년간의 적자로 평화산업의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게다가 올해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일부 자본잠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평화산업의 자본총계는 205억 원까지 낮아져 납입자본금 187억 원과 불과 18억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18억 원 이상의 순손실이 추가로 발생하면 자본금이 까인다는 의미다.
여기에 과도한 차입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1분기 기준 평화산업의 총차입금은 678억 원이며 이 중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만 648억 원(95.5%)에 달한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 이외에도 기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유증은 실권주 발생 시 주관사가 총액 인수하는 방식도 아니여서 전량 미발행 처리된다. 한 푼이 아쉬운 평화산업으로서는 소액주주의 유증 참여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평화산업은 1만2000여 명의 소액주주가 35.3%의 지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