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앞으로 한 기수당 10억 원이 넘는 AI 교육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들이 AI 인재를 수시로 영입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산학협력으로 자체 인재 양성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분원이 있는 카이스트는 최근 성남시와 협약을 맺고 성남 산업단지에 있는 중견·중소기업 직원들을 위한 AI 교육 코스를 개설했다. 교육비는 성남시와 기업이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성남시는 카이스트에 AI 교육시설까지 대여해 주고 있다. 산관학 협력의 새로운 모습이다.
카이스트는 최근 붐을 타고 있는 AI 교육·연구를 맡을 유능한 인재를 다른 대학에서 스카웃하고 있다. 이 같은 스카웃 바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AI 대학원으로 지정된 고려대, 성균관대를 필두로 추후 AI 대학원에 도전하려는 대학, AI 학과를 개설한 대학들까지 가세하면서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일부 대학에선 스카웃 경쟁이 자칫 소송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동원산업과 AI 솔류션 센터를 설립한 한양대의 김우승 총장은 “이제 AI는 공기와 같은 것”이라며 “최근 수년 새 일취월장하고 있는 이른바 ABC(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발전에 따라 교육도 재빨리 디지털화, 글로벌화, 지능화를 이루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국내 한 대학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AI 대학원 설립에 관여했던 전문가를 영입하려 했으나 3년 계약, 연봉 500만 달러(약 50억 원)를 제시해 손을 들었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 AI 관련 박사학위를 막 딴 인재를 신규 교수로 유치하려면 연봉 1억5000만 원 정도를 주어야 하는데 국내 실정은 조교수급이 7000만~8000만 원선이라 이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제4차 산업혁명의 ‘키 플레이어’들은 선도적인 대학 교육과 비교적 풍부한 교수 요원을 갖추고 있다. 우리만큼 AI 인력난을 겪고 있지 않지만 ‘키 플레이어’의 기업들도 세계 톱 수준의 글로벌 인재를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가장 대담한 행보를 하고 있는 곳은 역시 중국이다. 지난 25일 중국 통신기기 최대기업인 화웨이는 AI와 로봇 등 고도 기술을 가진 젊은 인재의 채용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박사학위를 딴 신규 졸업자에 대해 중국 IT기업 부사장급에 필적하는 최대 약 200만 위안(약 3억1000만 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이 회사는 ‘세계로부터 천재소년을!’이란 기치를 내걸고 연내 최대 30명, 내년에는 300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이다. 미국의 제재로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반도체 등의 기술 개발을 서두르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화웨이는 약 19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연구개발 관련 인원은 40%가 넘는 약 8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26일 소프트뱅크그룹이 ‘소프트 비전 펀드’의 제2호 펀드를 발표했다. 운용 규모는 1080억 달러(약 120조 원)에 달한다. 소프트뱅크그룹이 380억 달러(40조 원)를 출자하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 참여한다. 이 펀드는 교통, 금융·전자상거래, 부동산·증권, 의료·헬스케어 등 세계의 AI 관련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전략은 AI 인재가 몰려 있는 기업에 투자하거나 아예 기업을 매수하는 것이다. 세계의 주요 IT기업과 금융기관이 출자하고 있는 이 펀드는 AI 인재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대학 그리고 기업은 이러한 세계적 트렌드와 경쟁국 동향을 감안해 미래의 인력 수요, 신축적인 교육과정 등을 담은 치밀한 AI 인재양성 종합 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