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활용한 금융자산 투자를 크게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이 분석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행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투자자산 증가액중 M&A 투자가 60.2%를 차지했다.
기업결합 건수는 742건으로 2005년에 비해 26.6% 증가했으며, 금액도 33조9000억원으로 같은기간 76.6%나 급증했다.
이로써 기업의 금융자산 비중도 53.0%를 차지해 실물자산 비중(47.0%)을 크게 앞질렀다.
실물자산 투자비중은 2000년 말에 56.2%까지 증가한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금융자산과의 격차도 2006년 3.6%p에서 6.0%p로 확대됐다.
이는 기업들이 2001년 이후 유형자산 등 실물자산 투자보다 투자자산과 당좌자산 등 금융자산 형태의 투자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자산 중에는 현금성자산 비중이 2000년 13.1%에서 지난해 17.7%까지 증가했으며, 투자유가증권도 같은 기간 26.7%에서 35.8%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신규사업 진입 및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투자방법으로 유형자산에 직접투자하는 대신 기업결합(M&A)을 통한 우회투자 방법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해외직접투자도 2005년 이후 급증하고 있으며,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면서 절세도 가능한 리스방식을 이용한 투자행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203억5000만달러로 전년(109억6000만달러)대비 85.7%나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설립된 신규법인수는 5633개로 1997년대비 4배 이상 확대되었으며, 이는 2000년~2005년 평균(2957개)의 약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외환위기 이후 리스사의 구조조정 및 기업의 설비투자 수요 감소로 급감했던 리스실행액은 2001년 이후 점차 증가하여 2007년에는 9조7000억원으로 2000년(1조2000억원)의 약 8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리스실행액은 우리나라 전체기업 유형자산증가액의 26.8%에 해당한다.
한편 국내 주요 10대그룹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의 해외발생비중도 각각 45.5%, 15.3%로 2000년(27.5%, 6.9%)보다 각각 18.0%p, 8.4%p나 상승했다.
이처럼 해외부문 영업이익 발생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한은측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은 2004년중 영업외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후 2007년까지 그 추세가 유지되고 있어 영업외수익이 기업이익의 새로운 원천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영업외수지가 흑자기조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에 따라 금융비용 부담이 축소된 데다 투자 및 유형자산 처분이익과 지분법평가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소재 기업들의 영업이익 중 해외발생비중은 1990년 약 15%에서 2006년에는 약 40%로 증가했으며, 미국과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업외수지 흑자구조가 정착된 상황이다.
따라서 한은은 "향후 국내투자 활성화 유도를 위하여는 국내외투자가에게 우리나라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활용가능한 투자재원이 실물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경영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기업들도 국제생산분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국내산업의 성장을 함께 견인할 수 있는 투자증대방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