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일본의 수출통제와 한일관계: 경제보복이 아니라니!

입력 2019-08-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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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난 7월 1일 일본은 3개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및 물질에 대해 개별 수출심사제로 전환한다고 공표하고, 발표 사흘 만인 7월 4일 시행하였다. 이어 8월 2일에는 내각회의를 열어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결정하였다. 예정대로라면 이달 28일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관리체제를 개편하여 우리나라를 종전의 백색국가인 A그룹에서 빼내 B그룹으로 편입하고 군사 전용이 가능한 규제품목에 대해서는 종전과 같이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게 하는 한편, 비규제품목의 경우에도 무기 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개별품목별 수출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다만, 예외적으로 내부규율인가(CP)를 받은 수출기업인 경우 특별일반포괄허가를 허용하여 종전과 같이 3년에 한 번 수출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복잡해 보이는 일본의 조치는 한마디로 “한국에 대한 수출품에 일본 정부가 통제권을 갖겠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원래 수출 통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자원대국이 수출량을 조절하여 자국에 유리하게 교역조건(수출가격/수입가격)을 형성하게 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조치였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안보 목적을 위한 것이지 결코 경제보복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이 주장하는 몇 가지 사항의 정당성에 대해 논증해 볼 수 있다. 첫째, 일본의 주장대로 경제보복이 아닌 안보 목적이라면 이번 조치를 통해 얻는 안보이익이 일본에 있어야 한다. 반면에 경제보복이 아니라면 이번 조치 이전 한국의 행위가 이번 조치와 상관이 없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제3의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이번 조치가 일본의 안보이익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살펴보자. 우리를 제외함으로써 일본이 얻는 이익은 없다. 오히려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규제는 동북아지역 안보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생산에 차질을 초래함으로써 일본의 안보이익이 침해된다는 점에서 첫 번째 주장은 탈락이다. 동북아 안보질서의 새로운 구축과정에서 한·일 간의 연대는 한·미·일 3각 안보체제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주장대로 경제보복이 아니라면 이전의 우리 행위와 상관없이 수출 규제가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한국의 협조가 있으면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이 주장도 정당성이 없다. 이번 일본의 조치는 글로벌 가치사슬(GVC)상의 주요 고리를 끊음으로써 전후방 연관 효과를 통한 전 세계 가치창출을 방해한다는 점에서도 주장의 근거가 약하다. 여기에는 세계시장에서 반도체의 지배적 생산자로서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구매자로서 일본 기업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일본이 노리는 제3의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일본은 적극 부인하지만 작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위안부재단의 해체로 대표되는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한 감정 발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을 안보로 포장하다 보니 불화수소의 북한 반출이니 하는 근거 없는 주장과 자민당과 외무성 및 경제산업성이 각각 상반되는 발언을 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작년 10월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올해 초 일본 초계기에 대한 우리 함정의 레이더 조사건으로 시작된 한·일 간의 갈등이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중재권 행사가 기대되는 미국의 입장도 샌프란시스코조약 규정에 따른 책임의 면제를 근거로 자국 내 일본인 징용자에 대한 보상을 부인한 상황에서 적극 개입하기 어려운 의제라는 점이 적극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동안 강경 일변도의 맞대응으로 경색되어 있던 한·일 관계가, 양국이 자제를 보이는 가운데 20일부터 예정되어 있는 ‘베이징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일 간 양자협상을 통해 창조적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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