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선에 성공한 이한종 송파농협조합장이 올해 3월 치러진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선거인명부를 조작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 조합장의 선거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12일 송파농협 본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조합장은 자신을 지지하는 ‘무자격 조합원’을 선거인명부에 올리는 방법으로 표를 확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송파농협 정관 제9조에 따르면 조합의 구역에 주소가 있는 사람만이 조합원의 자격을 갖는다. 하지만 송파농협 선거인명부에는 거주지가 서울시 송파구가 아닌 타 지역으로 등록돼 있는 사람이 다수였다. 무자격 조합원 335명 중 241명의 거주지가 경기도였고, 나머지 94명은 인천·강원·충청·전라·경상·제주 등 전국 각 지역으로 등록돼 있다.
이 조합장은 무자격 조합원 상당수가 선거인으로 등록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들을 선거인명부에 올렸다. 조합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조합장은 자신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선거인명부에 등록된 무자격 조합원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묵인했다. 또한, 이 조합장은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라는 조합원과 영농회장의 요구도 무시해왔다.
송파농협 정관 제62조에는 선거인명부에 누락 또는 오기가 있는 경우, 선거인이 조합장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조합장은 선거인의 이의 신청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즉시 선거인명부를 정정하고, 이의 신청자에게 해당 조치를 통지해야 한다. 전 영농회장 도지완(가명) 씨는 “이 조합장이 지난해 11월 영농회장 19명, 부녀회장 13명, 작목반장 7명 등 40여 명이 모인 연석회의에서 무자격 조합원에 대해 언급했다”면서 “그가 ‘송파농협에 제대로 자격을 갖춘 조합원은 1000명도 되지 않는다’고 한 말을 직접 들었지만, 이후 무자격 조합원과 관련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송파경찰서는 조합장 선거가 끝난 뒤 4~ 6월 송파농협 영농회장과 대의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전 영농회장 심우혁(가명) 씨는 “경찰이 연석회의 중 이 조합장이 가짜 조합원에 대해 언급했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했다”면서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40명 대부분이 조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관련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는 곤란하다”면서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선거인명부 조작은 사실이 아니며, 조합원 자격과 관련해 다툼이 있었다”면서 “경찰서에서 관련 사항들을 다 해명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