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작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실무 협상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때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유해 송환 등 4가지 조항의 공동성명을 낸 바 있다. 싱가포르 합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한 만큼 미국은 이번 실무 협상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카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다만 두 정상은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문제와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 교환은 없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및 핵 동결 조치가 먼저 선행되지 않는 한 대북제재 완화는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북미 실무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연내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11월 김 위원장의 남한 답방 가능성도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는 11월 김 위원장이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 참석 가능성이 있느냐’는 위원들의 질문에 “비핵화 협상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서 부산에 오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굳건한 한미동맹 재확인과 양국 경제 관계가 상호 호혜적인 방면으로 한층 심화·확대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한 점은 의미가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늘 뉴욕에서 한국이 미국산 LNG 도입 계약과 한미 기업 간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계약이 체결됐다”며 “한미 정상은 이 두 건의 계약으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이 에너지와 신성장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여야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 성향 정당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비핵화 협상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정당은 “구체적 합의가 없는 빈손 회담”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군사 장비 구매 등 숙제만 한 아름 안게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