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여성 임원 비중이 주요국 대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여성의 기업 참여도가 투자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만큼 성별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4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여성 임원 비중은 세계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코스피 상장사(753개사)의 전체 등기임원(이사·감사 포함) 4603명 중 여성 임원은 135명(2.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17.7%)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상장사도 683개사에 달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여파로 상장사 임원의 성별 다양화가 주요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사회책임투자의 일환으로 주요 기업들에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추세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도 2016년 삼성전자에 여성 등기임원 비중 확대와 관련된 주주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남성과 여성의 등기임원 비율을 살펴보면 심각한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기업 내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라며 “여성의 기업 내 역할을 ESG의 중요한 요소로 계량화해 기업과 투자자의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호주증권거래소는 성별 다양성 이슈를 포함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여성 임원 비중이 급격히 상승했다.프랑스도 종업원 500명 이상인 대기업은 여성 임원 할당제(40% 이상)를 준수하도록 강제했다. 미국, 노르웨이, 스페인 상장사들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세계적 추세를 반영해 여성 관련 주가지수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MCSI와 S&P500은 △최고 임원진에서 여성 숫자 △임원 중 여성 비율 △성 다양성 정책 △전체 근로자 중 여성 비중 등을 산정한 여성 관련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이를 벤치마크로 사용하는 ETF(상장지수펀드)도 등장했다. 이에 해당하는 종목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애플 △독일 마이크로포커스인터내셔널 등이다.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임원 성별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고 다양하고 새로운 기업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화하면 해당 이슈를 둘러싼 잡음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성 격차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는 매우 중요한데 사회적 책임투자 금액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표들은 좋은 투자 아이디어가 된다”며 “ESG·사회적 책임투자는 성과보다는 옳은 방향성에 투자하는데 여성 관련 펀드가 이를 만족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