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소견을 피력했다느니 의견을 개진했다느니 하는 말을 많이 듣고 또 사용한다. 피력은 披瀝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들출 피’, ‘스밀 력’이라고 훈독한다. 披는 손( 扌=手=又:又의 원래 모양은 손을 본뜬 형태이다)으로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동물의 가죽을 나타내는 글자 중에는 ‘가죽 피(皮)’와 ‘가죽 혁(革)’이 있는데 皮는 막 벗겨낸 생가죽을 의미하고 革은 이미 가공을 마친 가죽을 뜻한다. ‘스밀 력(瀝)’은 ‘물(水=氵)’과 ‘력(歷)’이 합쳐진 글자인데 ‘歷’은 ‘지낼 력’이라고 훈독하며 ‘지나온 길’이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물이 땅 위를 지나다 보면 땅속으로 스미기 마련인데 ‘瀝’은 바로 그렇게 스민 물을 이르는 글자인 것이다. 따라서 披瀝은 동물의 생가죽을 벗겨내듯이 “평소에 가슴에 스며 있던 숨겨 둔 생각을 모조리 털어내어 말한다”는 뜻이다. 개진은 ‘開陳’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열 개’, ‘펼 진’이라고 훈독한다. ‘열다’와 ‘펴다’라는 두 개의 동사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합의복사(合意複詞)로서 ‘열어 펼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의견을 開陳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생각을 확 펼쳐서 다 진술한다는 뜻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행위의 당사자들이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동물의 가죽 벗기듯이 시원하게 속내를 드러내 보여주는 披瀝도 해야 하고, 의견이나 내용을 확 드러내어 말하는 開陳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피력을 하고 개진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경우가 있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으면 어떤 피력이나 개진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충분히 가늠할 줄 안다. 보도하는 분량의 차이와 보도하는 과정에서 묻어나는 기자들의 어투와 어감과, 만약 공정하지 못한 태도로 쓴 기사라면 그 기사의 행간에 잠복해 기자의 불순한 속마음을 꿰뚫어 볼 줄 안다. 언론이 신뢰를 잃으면 국민들은 직접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