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은 26일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이날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조 장관은 파상공세를 벌이는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등 ‘제 2의 청문회’를 방불케했다.
조 장관이 연단에 오르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들어가”, “범법자”, “이중인격자” 등 야유를 보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사퇴’라고 쓰인 손팻말을 자리에 부착하거나 의자를 뒤로 돌려 조 장관을 외면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조 장관에게 ‘장관’이란 호칭 없이 “법무부를 대표해 나오라”고 포문을 열었다. 권 의원은 조 장관이 과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구속 당시 제출한 탄원서를 공개했다. 이 탄원서는 조 장관이 서울대 법과대학원 교수 시절인 지난 2011년 4월 15일 작성한 것이다.
1994년 태광그룹의 장학재단인 일주학술문화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버클리대에서 유학한 조 장관은 탄원서에 “재단의 도움 덕분으로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선처를 부탁드린다. 이 회장이 기여한 장학, 학술 공헌활동을 고려해달라”고 썼다.
조 장관은 “인간적 도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무죄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권 의원은 “재벌 앞에서는 비판하면서 뒤로는 400억원 횡령ㆍ배임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선처했다”며 “전형적인 언행 불일치다. 이것만 해도 장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처벌과 보석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엄정한 재판이 필요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 예컨대 보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권 의원이 “범여권은 표 떨어지는 소리가 우수수 들리는데도 대통령을 의식해 물러나라고 말하지 못한다”며 “제발 좀 물러나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조 장관을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검찰에 소환될 경우 장관직을 사퇴할 것이냐”는 물음에 조 장관은 “소환 통지가 제게 온다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검찰이 본인을 소환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거듭 묻자, 조 장관은 “제가 예상할 수 없다”고 피해갔다. “배우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일체 평가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지난 월요일(23일)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을 시작할 무렵 압수수색을 하는 검사 팀장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네. 있다”고 답했다. 그는 ‘압수수색 전에 처의 연락을 받고 압수수색 팀장을 맡은 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주 의원의 질문에 “압수수색을 시작하고 검사가 집으로 들어온 뒤에 제 처가 놀라서 압수수색이 들어왔다는 연락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