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의 상승에도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글로벌 저성장 추세와 무역분쟁에 따른 수출 감소라는 대외 불안요인에 규제·노동비용 증가라는 대내적인 요소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부정적 심리는 만성화되고 있다.
30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전망치는 97.2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로 감소한 조업일수가 회복되면서 지난달 전망(87.8)에 비해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 이하에 머물렀다.
BSI 전망치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며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기업들은 △내수(99.4) △수출(95.6) △투자(96.7) △자금(95.0) △재고(102.8) △고용(97.0) △채산성(99.7) 등 전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경기를 전망했다.
이미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17개월 연속 부정적으로 조사될 정도로 만성화되고 있다. 종합경기전망은 작년 5월 100.3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기준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내수는 올해 4월, 수출은 작년 6월 각각 100.2, 100.8을 기록한 이후 6개월, 16개월 연속 부정적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소매유통업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소비 행태 변화와 규제 등으로 경기 악화를 전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전분기 대비 2포인트 하락한 91로 집계됐다.
4분기 수익성에 대한 전망 역시 ‘악화될 것’(28.3%)이라는 전망이 ‘호전될 것’(5.7%)이라는 예상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변화없을 것’이란 응답이 3곳 중 2곳(66.0%)으로 조사됐다.
특히 저물가 우려 역시 기업의 심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 이어 소비자의 물가상승기대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9월 1.8%로 2002년 조사 개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노동비용 증가, 세계 저성장과 무역마찰로 인한 수출 감소 등 현재의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의 자구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정책적 재검토와 보완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경기 회복을 점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대외리스크가 지속되고 기업실적이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물가기조는 소비를 지연시키고 기업의 투자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대응과 투자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의 경기전망이 14년 2분기 이후 L자형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며 “최종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유통산업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하향세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