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영화 '아리랑' 주제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좀 보소' (밀양아리랑)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응응응~ 아리리가 났네' (진도아리랑)
'아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저마다 떠올리는 아리랑은 제각각이다. 1926년에 나온 나운규 감독의 영화 '아리랑' 주제가였던 '아리랑', 밀양아리랑이나 정선아리랑 그리고 진도아리랑…. 어떤 아리랑을 생각하든 상관없다. 지역성과 전통성이 결합해 탄생한 이 모든 아리랑이 다 '진짜'다. 개성 넘치고 사연도 다양한 아리랑들이 11일부터 사흘간 광화문광장에서 울려 퍼진다.
"아리랑에 대해 공부하면서 찾아봤더니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교류를 하게 됐던 장소가 광화문이더라고요.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공사를 하면서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의 인부들을 모았잖아요. 그동안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사람을 볼 일이 없었고, 강원도 사람이 충청도 사람을 볼 일이 없었는데 전국 각지에서 모이게 된 거죠. '너희 동네에선 어떤 민요를 부르니?'라고 물으며, 쉬는 시간에 장기자랑을 하게 됐는데 갑자기 강원도 사람이 전라도 민요를 듣게 된 거죠.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지역마다 아리랑이 만들어진 계기가 됐어요."
최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주재연(54)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예술감독은 "곡은 같은데 가사가 다른 것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2700여 개의 아리랑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주 감독이 기획한 프로그램 목록을 보면, 아리랑의 특성을 알 수 있다. 그가 다이나믹듀오, 딕펑스 등 개성 넘치는 뮤지션이 참가하는 '광화문뮤직페스티벌'을 만들고, 김덕수 사물놀이, 안숙선 명창, 볼프강 푸쉬닉(색소폰), 자말라딘 타쿠마(베이스) 등 국내외 최고의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아리랑 슈퍼밴드'를 결성한 건 아리랑 성질과 맞닿아있다.
"아리랑페스티벌이라고 하면 민요축제나 전통 공연 축제를 떠올려요. 저희는 거기서 벗어나자, 새로운 아리랑이 만들어지는 장소로 축제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전통음악과 국악은 소중합니다. 어서 와서 들으세요'라고 해선 성공할 수 없어요. 그냥 재밌게 놀다가 집에 갔는데 광화문에서 아리랑도 듣고 전통음악도 들은 거죠. 스스로 찾아볼 수 있게 만드는 게 저희 축제의 목적입니다."
그는 다른 일반적인 전통 콘텐츠 축제들과 차별점과 지향점도 다르다고 자부했다. 아리랑페스티벌인데, 축제 기획자가 아리랑을 부르지 말고 가지고 놀라고 주문한다니. 그는 검도장에 다니는 아이들이 아리랑으로 품새를 만들거나, 어르신들이 아리랑을 빠르게 편곡해 지르박이나 차차차를 춘다고 자랑(?)했다.
"지난해부터 청소년 스트릿댄스 경연대회도 시작했어요. 올해는 20여 개 팀이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아리랑을 가지고 고민해 힙합, 팝핀, 왁킹, 비보잉, 크럼프 등 스트릿댄스를 만들어 출전했어요.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아이들이 진도 아리랑이나 밀양 아리랑을 듣겠어요.(웃음) 아리랑을 가지고 재밌게 놀아보라고 했습니다."
개막공연도 조금 특별하다. 주 감독은 "이 축제를 왜 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돈만 많이 주고 연예인이 와서 공연하는 건 의미 없다"고 했다. 슈퍼밴드는 개막공연을 위해 결성됐다.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분야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20인이 모였다. 전통음악, 바이올린, 클래식, 락, 기타, 재즈 아티스트들은 개막공연을 마치고 해체한다. "대중적이진 않아도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을 왜 하는지 음악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주 감독은 현재 개막공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올해 서울아리랑페스티벌엔 최소 2700여 명이 모일 전망이다. 아리랑 경연대회 참가자만 1000명이 넘고, '전국 아리랑 보존회' 회원 1700명이 행사를 위해 광화문을 찾기 때문이다. 올해로 7년째를 맞은 서울아리랑페스티벌에 '전국 아리랑 보존회' 회원이 모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 감독은 "줄 잔 선 퍼레이드가 아닌 스스로 아리랑을 알아갈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이 10회를 맞으면 손을 뗼 것이라는 주 감독에게 왜 이렇게 아리랑을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공돌이'인 그는 1993년부터 김덕수 사물놀이패 로드매니저를 시작으로 27년 동안 우리 가락에 빠져살고 있다. 사물놀이, 판소리에 이어 왜 아리랑을 택했을까.
"외국에서 공연할 때마다 앵콜은 아리랑이더라고요. 어떻게 아리랑이 자연스럽게 한국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을까, 아리랑의 힘이 무엇인가 궁금했어요. 아리랑이 한국의 문화 상징이 된 건 50년밖에 안 됐어요. 일제시대 때는 아리랑을 부르며 나라 빼앗긴 설움을 표현했고, 전 세계에 퍼져나간 건 6.25 전쟁 때니까요. 그거 아세요? 남북 분단 되고, 우리의 문화는 완전히 달라졌는데 꽹과리·징·장고·북·아리랑은 공통적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통일되면 '아리랑'이 애국가가 될 거예요. 아리랑은 과거의 노래이자 현재의 노래이자 미래의 노래니까요. 노래방 1번도 아리랑인 걸요?"